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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서툰 사람들
박광수 지음 / 갤리온 / 2009년 1월
평점 :
이 이야기들은 2009년에 출판되었습니다. 2002년 재혼 후 5년만의 신간. 근데 모든 글들이 이별과 그 후의 아픔, 기다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사랑이란 환희의 순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첫 설렘부터 마지막 그리움까지 포함하는 '과정'을 의미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그래도 그렇지, 이별이란 언제나 고통스럽고 그리움은 슬프고 잊혀짐은.. 안타까운 것 같아요. 그래서 아무리 이혼했더라도 그대를 잊지 않고, 그대가 마치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것처럼 지워버리지 않고,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당시의 유치한 감정들을 고스란히 엮어 낸 박광수씨가 한편으론 존경스럽기까지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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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을 맞고,
추위를 견디고,
비를 맞고,
뜨거운 태양을 견디고,
오랜 시간 외로움을 견디며,
꽃이 핀다.
세상의 그 어떤 꽃도
흔들림 없이 피는 꽃은 없다.
지금 흔들리는 것,
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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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전영록의 노래 중에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라는 노래가 있었어요.
우리 사랑은 무엇으로 썼나요?
당신이 우리 사랑 힘들다고 하니,
당신이 힘들면 필경 나도 힘들 터이니,
당신이 지우개를 들고 우리 사랑을 지우려고 한다면,
전 그저 가만히,
오직 당신 뜻대로 가만히 지워지는
그런 사람이 되겠어요.
첫 번째 글은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을 조금 변형한건데, '괜찮다'라는 말은 언제나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네요.
여기 있는 짤막한 글토막들을 통틀어 가장 좋았던 글은 바로 마지막 글.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라는 노래 가사를 들으며 연인들은 단연코 '우리는 매직펜으로 쓰자'고 다짐할 터이지만 '저는 당신 뜻대로 가만히 지워지는 그런 사람이 되겠어요'라니. 소설이든 시든 흐름을 읽으며 독자들이 '당연히 다음엔 이런 내용이 나오겠지'란 예상을 깨는 이런 반전이 정말 독자의 기억에 남는 글이 되는 것 같아요. 저한테는 그러니까, 이 글 한토막만으로도 이 책을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니까요.
정말 사랑이 뭐기에 이별이 뭐기에, 그리고 당신이 뭐기에. 참 아리송하네요.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은 꼭 잡아둘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