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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도 아닌 인생이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2년 11월
평점 :
마광수 소설 <별것도 아닌 인생이> 독후감 / 유아리
별것도 아닌 인생이라는 제목과 밝은 색감이지만 무엇인가 어둡고 무거운 느낌의 표지 삽화처럼 이 책은 냉소적이고 관조적인 분위기가 주가 되어 있다. 책의 뒷면에는 하나의 시가 써 있는데 인생과 사랑, 돈, 섹스, 시, 똥을 모두 별것도 아닌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별것도 아닌 것이 어렵고 힘들고 잘 안되어서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는 듯 하다. 책을 읽기 전에는 저것들을 ‘별 것도 아닌 것’으로 얘기하는 것이 반어법일거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이 책이 사랑과 돈, 섹스 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하고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책은 정말로 많은 것이 별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주인공은 인생이란 그저 우연히 내던져진 것, 이라는 문구가 함축하고 있듯이 인생은 누군가가 어쩔 수도 없는 것이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건조하고 관조적으로 인생 자체를 바라보고 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 건조하고 냉소ㅅ적인 문장으로 된 소설을 쓰고 싶었다. 말하자면 뚜렷한 메시지도 없고 드라마틱한 줄거리고 없는, 그런 가운데 이 시대의 삶을 어느 한 면에서나마 객관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형식의 소설이다 라고 얘기하고 있다. 작가의 말과 같이 누가 이 책에 대해 물어본다면 줄거리는 무엇이라고 딱 집어서 얘기 할 수 없다.
분량이 짧은 글이 아니지만 보통 소설을 읽고 분석하는 중심 사건도, 복선도, 인물의 심리 변화나 관계 변화도 없어서 긴장감이나 극적인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 단지 로라를 비롯한 여성 등장인물에 대한 외모 묘사와 칭송, 그리고 여러 평범한 남자들의 비현실적이지만 특별하지는 않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책 속의 여러 등장인물들은 패배주의적이고 무력감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나’ 조차도 스스로에 대해 늙었다, 지쳤다는 말로 표현을 한다. 이 책에서 빛나는 사람은 오직 ‘로라’뿐이다.
로라는 ‘나’가 꿈꾸는 소위 말하는 야한 여자이다. 외국 부호와 결혼을 하여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고 그 돈으로 자신이 꿈꾸던 야한 공간을 만들고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간다. 미스코리아 출신답게 빼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그로테스크하게 자신을 꾸민다. 로라의 꾸밈에서 작가의 특이한 취향을 알 수 있다. 자연미를 칭송하고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하여 노력하는 현 시대와 달리 작가는 극단적인 인공미를 추구한다. 물건을 집기도 어려울 정도로 긴 손톱, 바닥에 끌리는 긴 머리카락, 걷기 힘들 정도로 높은 힐과 그런 힐을 신어야 걸을 수 있는 긴 발톱, 형형색색의 화장과 수 많은 액세서리 등이 로라의 치장에 등장하고 작가와 등장인물은 이것들을 아름답다고 표현한다.
비현실적이고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징그럽기까지 한 이런 극단적인 인공미를 찬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책에서는 오로지 여성의 미에 대해서만 표현하고 있다. 남자 인물에 대해서는 성적인 매력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 않고 있고 여성보다 매력적인 남성 또한 등장하지 않는다. 특히 남성다운 남자, 남자의 몸에 대해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미루어 보아 여성의 외모와 치장에 대한 그로테스크한 표현은 극도의 여성성을 강조하고, 추앙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일반적으로 여자만 하는 화장과 매니큐어와 패디큐어, 많은 액세서리와 높은 힐 등에서 오는 여성적인 매력에 대해 과장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러움이 아름답다고 말하면서 다들 키가 커 보이기 위하여 하이힐을 신고 얼굴이 예뻐 보이기 위하여 화장을 한다. 그러면서 자연미가 최고라고 칭송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모순을 꼬집고 솔직하게 여성의 꾸며진 아름다움을 높게 치는 솔직함을 엿볼 수 있다. 작가 스스로 항상 자유인으로 살아가며 ‘이중적 위선’에 맞서 싸우는 문화운동가라고 말하는 것과 일맥상통한 면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연스러워 보이기 위해 인공적인 방법을 취하며 자연스러움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중적인 위선을 극단적인 인공미를 칭송하므로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로라를 중심으로 한 남자들의 관계 또한 일반적인 시각과는 다르다. 남자 등장인물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로라를 마음에 품고 가지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 남자들은 서로 아는 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통의 소설과 영화와는 달리 삼각관계, 질투, 치정관계 등으로 비춰지지 않고 그저 사랑 (이 사랑 또한 다양한 모습으로) 으로 비춰지고 있다. 한 사람은 한 사람과의 관계만 유지해야 하고, 여럿을 사랑하면 나쁜 것이라는 고정관념 또한 비틀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감정과 현재에 충실한 모습이 더욱 순수하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작가의 많은 작품이 글을 이끌어가는 등장인물이 작가와 거의 동일시 되어 있다. 글을 이끌어가는 사람은 항상 남자인데 소위 말하는 남성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외소하고 늙었으며 여성에 대해 확고한 취향과 시각을 보이고 있다. 그의 책 속에서는 항상 화려하고 야한 여자가 등장하고 남자들은 그 여자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 남자들은 모두 평범하고 화려하지 않다. 또한 여자 등장인물들은 항상 남자에게 존댓말을 하고 남자는 여자에게 하대를 한다.
이런 것을 보면 작가, 그리고 글의 주인공은 당당하고 야한 여자를 사랑하고 아름답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그런 여자를 정복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그리고 이것이 보편적인 인간, 특히 남자의 심리임을 알 수 있다. 사랑과 인생에 대해 당당하고 독립적이며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이 있고 본인을 꾸밀 줄 아는 여자가 자신을 위해서는 말을 높이고 고분고분히 굴며 잠자리에서도 봉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남자로, 그리고 작가로 하여금 정복욕과 쾌감을 선사한다. 이런 점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과, 그것 또한 숨기고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작가의 모습이 보인다. 이중적 위선에 맞서고 싶다는 작가의 의도가 충분히 드러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글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로는 ‘정력’보다는 ‘정열’이 중요하다는 부분이 있다. 로라가 천민에게 하는 말인데 천민은 로라에 이 발언에 대해 세련되게 남자의 비위를 맞출 줄 아는 여자라고 평가 한다. 여기에서 현대 남자들이 정력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작가는 항상 삽입성교 보다는 구강성교를 선호하고 삽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의무적인 삽입 후 사정이라는 과정에 대해 비난하고 섹스는 즐거움의 대상이여야 함을 말해준다. ‘정력’에 대한 부담감에서 탈피하여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섹스를 추구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작가의 틀에 박히고 전형적인 것에 대한 비판의식과 삶의 쾌락과 즐거움을 얼마나 중요시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인상 깊은 구절은 “그런 의문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로라가 아직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있다는 증거야. 진짜로 삶에 지치고 절박해지면 운명이고 뭐고 따지고 자실 겨를이 없어져. 그저 순간적으로 동물적인 생존욕구만 느껴지지. 그런 생존욕구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자살하게 되는 거고”라는 부분이다. 인물들은 사치와 유흥을 즐기고 그 안의 매너리즘에 빠져 담담한 태도를 취하는 듯해도 돈, 사랑 때문에 고민하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런 번뇌 자체도 주인공의 말 마따마 사치스러운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누구나 허영심과 물질이나 사랑에 대한 욕심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동시에 결국 모든 것이 부질없고 별 것도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은 시를 쓰면서 시란 결국 가벼운 수음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시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가 수음같이 가볍고 허탈한 모습을 띠고 있다고 말하는 것에서 작가는 삶에 대한 고뇌와 집착, 욕심에서 벗어나서 결국 인생은 내던져진 것, 그저 그날그날을 때워 나가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등장인물을 예술가로 설정하고 이런 주제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작가의 사회와 자신의 삶에 대한 생각을 소설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개방적으로 자유로운 사랑의 다양한 모습과 직접적인 표현을 통해 본인의 작품세계가 억압 받고 비난 받았던 사회의 풍토를 비난하는 것이다.
삶의 무료함과 고독, 상실감에 대해 얘기하고 강조하고 있지만 결국은 사랑이 중요하고 우리의 삶은 달래 줄 수 있는 ‘놀이’는 사랑뿐이라는 작가의 가치관을 알 수 있었는데 그런 사랑을 고귀하고 아름답고 성스러운 것이 아닌 ‘놀이’라고 표현 한 것에 대해 위선적이고 점잖은 척 하는 현대인에 대한 비판의식을 알 수 있었다.
누구나 자신을 배설할 도구나 장(場)이 필요하다. 작가는 이를 글을 통하여 하고 있고 글 속의 또 다른 자신은 이것을 사랑을 통하여 하고 있다. 틀에 박힌 점잖은 위선을 벗어나는 것이 비난받지 않고 자신의 욕구에 대해 솔직한 것이 자연스러워 질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것을, 대단하고 거창하게 표현하지 않고 담담하고 관조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이 소설의 핵심적인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비현실적이지만 깊게 보면 너무나도 현실적인 우리의 이야기이며 뚜렷한 메시지가 없다고 말하지만 여러 메시지를 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