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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소설 <청 춘>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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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mks0414
l 2013-02-07 09:55
https://blog.aladin.co.kr/790133194/6142005
청춘
- 마광수 소설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3년 1월
평점 :
마광수 소설 <청 춘>을 읽고...... (sappho01 씀)
마광수의 소설 <청춘>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둡고 암울하다. 더구나 과거에 작가가 보
여주던 섹스에 대한 낙관적 찬양은 이 소설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독자는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섹스 예찬에 대한 기대감에서). 그러나 이 소설을 작가의 변
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는 세월의 풍파에 지쳐 자포자기한 늙은 투사의 체념의 산물이
라고 해야 할까? 처음에는 나도 난감하기만 했다. 그러나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고 전체적
으로 새로운 주제가 등장함을 알 수 있었다. 작가는 그동안 그의 소설에서 보여주지 못했
던 자살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놓고 이 소설을 전개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 자체가 희극과 비극의 공존이라고 하지만, 사실을 따지고 보면 인간은 태어난 것 그
자체가 비극이다. 작가의 시 <자살자를 위하여>에서도 밝혔듯이 우리는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도 아니고, 그저 죽지 말라는 강요를 받으면서 참고 살아가야 한다는 무언의 최
면에 걸려서 살아갈 뿐이다. 삶의 목적을 억지로 만들어가며, 그 목적이 휘두르는 채찍질
을 받으면서 살아갈 뿐인 것이다.
그러하기에 마광수 작가의 이번 소설 <청춘>은 특이하다. 전과는 다르게 자살을 주제로
삼고 있으니 말이다. 구성에 있어서도 기존에 에세이 형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쳤던 사
랑에 대한 생각들을 녹여내고 있고, 과거에 자주 언급했던 이야기들을 소설 중간 중간에
삽입해 놓고 있다. 애독자라면 다소 지루한 면이 없지 않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래서
더 실화같이 느껴진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이 소설은 작가의 대학시절을 그리고 있다. 문학서클 동인회에서 다미라는 여성을 만나
그녀와 연애하면서 사랑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는 줄거리로 된 자서전적 소설이다. 이
소설은 청춘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그리워함과 동시에, 다미라는 여성의 삶을 통해 인
간의 무미건조한 삶과 삶의 권태로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주 뛰어나게 아름다운 미모
를 지닌 한 여성을, 남주인공이 유미주의적 시각으로 한없이 동경하는 모습을 조망자적
입장에서 서술한 이 소설은, 남주인공이 소설 속에서 말했듯이 사랑이 전적으로 에로스
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작가가 이 소설 중간 부분에서 말했듯이 에로스(성애)
는 필로스(우애)와 같은 말이기에, 남주인공은 여주인공 다미에게 탐미적 경탄의 시선을
보내면서 그녀와의 진지한 사랑을 이어나간다. 이것은 작가의 애정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하겠다 (소설 후반부에서는 다미와 육체관계를 갖지 않았음을 밝힌다).
이 소설은 다미가 자살하기 전까지 이어진 두 사람의 사랑을, 남주인공 화자의 추억담을
중심으로 그림같이 선명하게 서술한다. 그리고 작가가 살았을 당시의 시대배경을 구체적
으로 그리고 있는 회고담이다. 그러기에 소설은 전체적으로 느리게 진행된다. 이러한 이
야기는 이제 노년의 나이로 접어들고 있는 작가의 추억담이며, 과거에 대한 그리운 향수
이기도 하다. 다미는 작가의 분신인 남주인공를 만나 그동안 누려보지 못했던 가난하지
만 진지한 사랑을 나누었고 (그녀가 부호의 애첩(愛妾)의 딸이기 때문에), 그와 함께 새
로운 인생의 방향을 설정해보려고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퇴폐적 향락을 결코 포기하지
못하였다.
두 사람의 사랑은 남주인공에게는 새롭고 낯선 환희와 경탄이지만, 다미에게는 그저 과
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누려왔던 지루한 사랑과 삶의 연속일 뿐이었다. 아마도 남주인공
은 다미가 그동안 사귀어왔던 수많은 남자 중의 하나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두
사랑에게 있어 청춘이란 말의 뜻은 서로간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남주인공이 갖는 현
재의 삶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 (종국에 가서는 우리도 죽는다) 와, 다미가 갖는 과거 시
점의 태도 (삶은 권태로움의 연속이다. 그리고 우리도 언젠가는 죽는다) 는 서로 맞닿아
있다.그러기에 이 소설은 작가의 청춘시절 회고담이고, 다미는 이른 나이에 자살해버려
현재까지도 그때 청춘시절의 싱싱한 모습으로 정지돼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다미와 북한
강변의 주막에 가서 듣게되는 대학생 또래의 청년이 부르는 노래 가사에 잘 나타나 있다.
[내 나이 아직 어렸을 때에/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지/ 어른만 되면 모든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지/ 그러나 나는 지금 꿈을 이룰 수 없네/ 나는 이미 어른이기에/ 안쓰럽
게 푸른 새싹으로 올라와/ 한스럽게 다 자란 싹으로 피어났던 /애닯고 허무했던 나의 희
망이여/
어쨌든 내겐 아직 희망이 필요하지만/ 이 얄미운 목숨을 지탱하기 위한/ 멍텅구리 같은
희망이라도 필요하지만/ 나는 이제 자라나는 나무가 아니라/ 점점 죽어가는 나무이기에 /
나는 벌써 어른이기에/ 뒤섞인 나날 속에 지쳐 누운 추억의 그림자/ 초라한 기억 속에서
안간힘 쓰며 꿈틀대는/ 이 사랑, 이 욕정, 이 본능/ 그러나 나는 사랑을 이룰 수 없네/
아 나는 어른이기에/ 절망보다 오히려 더 두려운 희망을 믿기엔 /이미 너무나 똑똑해져
버린/ 서글픈 어른이기에.]
다미는 청년의 노래가 끝나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이미 그녀는 어른이 다 되어버렸
기에, 정신적으로 늙어버렸기 때문이다. 두 사람간의 이러한 감정의 대칭은, 작가의 현
재 시점과 다미의 과거 시점이 종국에서 가서 만나게 되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남
주인공은 이 노래를 듣고서, 이 노래는 대학생이 아닌 늙은 사람이 부르는 게 더 제격이
라고 생각하지만, 다미는 노래의 모든 의미를 이해하고 있기에 오히려 서로를 이해 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다미의 자살 이후 남주인공은 마음의 아픔을 겪고
서, 자살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다미가 쓴 <자살자를 위하여>라는 시를 보자.
[우리는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죽을 권리라도 있어야 한다/ 자살
하는 이를 비웃지 마라 /그의 좌절을 비웃지 마라 / 참아라, 참아라, 하지 마라/ 이 땅에
태어난 행복/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의무를 말하지 마라/ 바람이 부른 것은 불고 싶기 때
문/ 우리를 위하여 부는 것이 아니다/ 비가 오는 것은 오고 싶기 때문/ 우리를 위하여 오
는 것이 아니다/ 천둥 벼락이 치는 것은 치고 싶기 때문 /우리를 괴롭히려고 치는 것은
아니다/ 바다 속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것은 헤엄치고 싶기 때문 /우리에게 잡아먹히려
고/ 우리의 생명을 연장시키려고/ 헤엄치는 것은 아니다/ 자살자를 비웃지 마라/ 그의
용기 없음을 비웃지 마라/ 그는 가장 솔직한 자/ 그는 가장 용기 있는 자/ 스스로의 생명
을 스스로 책임 맡은 자/ 가장 비겁하지 않은 자/ 가장 양심이 살아 있는자]
다미의 자살과 남주인공이 노년에 가서 느끼는 죽음에 대한 생각의 귀착점은 서로 이렇
게 맞닿아 있다. 남주인공은 결국 노년에 들어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다미가 자살하게
된 심정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는 자살에 대한 긍정이요 죽음에 대한 긍정이며, 삶의
권태에 대한 자각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자살을 실존적 문제로 다루고 있으며,
한 개인이 자살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나중에 가서 다미의 자살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사실 작가 마광수의 삶에 대한 회의론적 시각과 인간 육체에 대한 유미적인 시각은 그
동안 그의 모든 저작들에서 끊임없이 보여주었던 주제들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작가
가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신했다는 생각을 들게 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
살에 대한 태도를 새롭게 조명한 것인데, 이것도 일부 시(詩)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소설 장르에서만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소설 형식으로 그러한 주제를 한
매혹적인 여자의 삶에 투영시켜 서술해 나갔기에, 이 소설을 독자가 받아들이기에는 꽤
나 충격적일 것이다. 이 소설의 결말은 남주인공이 다미의 친구에게서 다미의 자살 소
식을 듣고 울었다는 것으로 끝나며, 그동안 작가에게 보내왔던 다미의 시들을 부록으로
소개하고 있다.
분명 마광수의 기존 성애소설과는 다른 부분이 있긴 하지만, 새로운 주제에 대한 새로
운 시도가 오히려 부각되는 참신한 스타일의 소설이라서 나는 오히려 이 소설이 읽기
좋았다. 특히 <자살자를 위하여>라는 시가 소설을 통해 등장하여 내 가슴을 아리게 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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