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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
마광수 지음 / 책마루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인생이 권태롭다, 라고 말하면 또 누군가 복에 겨운 소리를 한다고 하겠지요.
고통스럽게 하루하루 떼꺼리를 이어가며 사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그치만 내 작은 인생에 고통과 권태의 구간반복을 생각하면 고통도 지극히 고통스럽고
권태감도 지극히 사람을 힘들게 하던 것은 틀림없습니다.
어찌되었든 우리가 살면서 언제든 꼭 만나기 마련인 '권태감'에 대해서, 특히 사랑마저, 섹
스마저 권태롭다면 우린 어디서 힘을 얻고 살아야 하는지 늘 궁금했지요.
권태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변태'라는 차원이 나옵니다. 변태는 창조를 도출시키니 권태스러
움을 제거할 수 있겠지요. 그 변태를 아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도 좋을 듯 합니다. 천재들
은 늘 꼭 같은 방식을 고집하지 않는 무리라고 하였습니다. 창조를 하고 생을 만들어감에 있
어서 변태는 굳이 성적 변태가 아니더래도 필요하겠지요.
한 사회 구조가 늘 쉼 없이 사유하고 변덕 부리는 우리 뇌를 묶어 답답한 단혼제(monogamy)
속에 다 끼워 놓습니다. 거기서 만족이 안 되면 마치 이단아처럼 쳐다보는 이러한 답답한 규
율속에서 이 주인공들은 그래도 꿈을 꾸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뼈대가 있는 줄거리는 없었습니다. 작가가 그 플롯 자체가 없는 이 하룻밤 이야기를 긴 긴
장편소설로 택함은 결국 성에 관해 무엇보다 묘사하고 싶어서일 것입니다. 그 하고자 하는
말이 어떤 장치보다 더 선험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소재, 하나 하나 특이한 방식으로 성적인 매개물이 되어 등장합니다. 일체의 성외의 것은 나
오지 않습니다. 꽤 장중한 소설인데 통일성도 획득이 됩니다. 거기에 약간 억눌린 기존의 질
서를 파괴해야 진정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는 설도 간헐적으로 나옵니다. 문장은 참으로 귀
족적이고 향기롭습니다. 아마 글을 쓰거나 글 읽길 좋아하는 사람은 나도 이런 소설 한 권
쯤 쓰고 싶다, 라는 충동질과 질투가 나오게 되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마지막 '철썩 철썩 아아아악" 이 부제 편에서는 아주 통쾌한 권태 극복이 나옵니다.
"너, 맞고 싶냐..." 정말 내가 맞고 싶은지 때리고 싶은지는 모르오나 철저한 대리배설을
하게 되더군요.
그런데 문학이란 것은 참 알 수 없는 매력이 있지요.
마지막 부분에서 희수와 미니와 헤어지는 장면에서 짤막하게 인사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전 거기서 왜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토록 아름다운 이별 장면은 없던 것 같습니다. 지금쯤
희수와 미니는 어딘가를 가고 있겠지... 하고 읊조리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 부분인 창틈 사이에 낀 하루살이, 오늘이 월요일이 아닌 일요일이라
는 사실, 죽지 않던 나방의 날개짓, 신경질나게 죽이고 싶었지만 그저 살의로만 마무리를 해
놓은 소설의 마지막 부분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그것은 인생이라는 틀 속에 적당히 얼기설기 드러나는 슬픈 스케치 같았습니다.
작가의 노력은 용솟음치고 격정적인 그 본능을 현실에서 그나마 조화롭게 그림이 되어가게
그 마지막까지 노력을 해주셨던 것 같았습니다.
'처녀작'이란 이름이 왜 그 처음의 작품에 붙나 생각해보건대, 훔쳐보는 독자 편에서
가장 즐거움이 크더군요. 이 말 역시 이 책을 덮으며 스스로 정의 내려봅니다. 또한 그
젊디젊은 남자로써 황금기의 그 시절에 한 청년이 흘렸던 눈물을 잠시 보고 나온답니다.
늘 좋은 작품 더 더더더더 기대합니다.
참고 : 관능적 상상력이 어정쩡한 분들은 이 감동의 물결 속에 못 들어 옵니다.
그러니 포기하시려면 그러시든가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어 속담은요, Regination is
the first lesson in life(체념은 인생에서 제 1의 수업이다.) 출전이 어딘지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