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왜? - 상상초월 아들행동설명서
오야노 메구미 지음, 정난진 옮김 / 팜파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어릴 적 내 주위에는 아빠를 제외하고는 온통 남자였다. 엄마, 동생, 그리고 할머니.... 어떻게 하면 그렇게 철저히 남자들로부터 고립되어 살아왔는지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 내가 갖고 있는 남자란 순정만화에 나오는 철저하게 멋있고, 철저하게 이타적인 이미지가 다였다. 그런 내가 세월이 지나 남편을 만나게 되고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나의 남자에 대한 이미지를 하나하나 버려나갔다. 그리고 아들이라고 하는 하늘에서 주신 가장 큰 선물을 받은 후... 그나마 남아 있던 남자에 대한 이해는 바닥을 헤매고 말았다. 그나마 어릴 적에는 남성적 성향이 그닥 드러나지 않아 이 정도일 줄은 몰랐고, 그나마 우리 아이는 이 책에 나온 남자아이들보다는 그나마 여성적인 면이 강해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어찌되었던 이 책의 남자아이나 우리 아들이나 별반 다르지 않음은 사실이다.

오줌싸고 팬티에 오줌이 묻었는데도 “오빤 괜찮아”라고 말하며 그냥 입어대고 있는 아들.
어제 사준 토마스와 오늘 본 토마스는 다르다며 같은 토마스를 사달라고 떼 쓰는 아들.
물건을 찾아오라고 심부름을 시켜도 바로 앞에 두고도 못 찾고 주위만 헤매는 아들.
툭하면 사촌 형들에게 얻어터지면서도 죽어라 쫓아다니더니 이젠 가끔 때리기도 하는 아들.
피노키오와 제페토 아저씨의 아름다운 이야기보다도 번개맨에 열광하는 아들.
잠시도 가만히 앉아있지 않고 산만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아들.

이렇게 수많은 아들들이 우리 아들의 내면에 살아 숨쉬고 있으니, 평생 여자들로만 둘러싸여 살고 있던 내가 아들을 이해할 리 만무했다.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생물체 둘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호흡을 하고 있으니 내가 사는구나 일뿐... 그들과 함께하는 삶 속에서도 내 정체성은 여전히 혼란할 뿐이었다... 내가 낳은 아들이 이상하다... 이거 내가 교육을 잘 하고 있는 건가??? 대답없는 누군가를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남발하고 있을 때, 이 책 “아들은 왜?”가 우연찮게도 나에게 다가왔다. 아~ 이래서 그랬구나~ 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아들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더 나아가 내 남편이 왜 항상 저러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고, 매사 기계라면 미친 듯한 집중력을 보이고 뭔가를 하면서는 절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의 모습에서 내 아들의 미래가 보이기도 했다.
작가는 아들을 키우면서 본인이 느낀 점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을 읽는 나는 시간도 공간도 다르지만 묘한 동질감에 빠져 있는 것이다. 결국 아들이라고 하고, 남자라고 하는 핏줄은 변하지 않는 강한 생명력을 지녔다고나 할까? 덕분에 아들을 이해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지닌 엄마가 될 수 있었고, 물론 이를 얼마나 현실 속에 잘 접목할 수 있을까 싶지만 그 책을 읽고 난 덕분에 나는 “무식한” 엄마가 아닌 “지혜로운” 엄마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위해 쓰여진 이 책 “아들은 왜”를 통해 나는 오늘도 아들을 사랑하는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해력을 기를 수 있었다. 앞으로 이 책은 내가 다른 아들을 둔 엄마에게 권유할 또 하나의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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