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무지개 잡으러 가자! - 주니어버전 무지개 원리
차동엽.구경분 지음 / 동이(위즈앤비즈)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교사다. 교사는 말 한 마디로 한 사람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그런 교사인 나는 평소 어떻게 학생들에게 다가가고 있을까? 교사도 사람인지라 화가 나는 경우도 많고 당황하는 경우도 있고, 난감해 하는 경우도 있다.

 

작년의 일이다. 중학교 3학년 담임을 하던 나에게 처음으로 무단결과의 상황이 벌어졌다. 담임이 아픈 틈을 타서 우리반 학생 4명이 7교시 계발활동시간에 도망을 간 것이다. 다음날 담당 교사의 이야기를 통하지 않았으면 아마도 모르고 넘어갔겠지만 알게된 이상 그 이유를 듣고 싶었다. 도망간 애들은 "시험공부"를 핑계삼아 내 감시망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결국은 그 학생들이 계발활동시간에 무단으로 외출하여 개울가에서 올챙이를 잡았음이 밝혀졌다. 순간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교직경력이 짧은 나로서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고민을 하던 중 결국은 첫 마디가 "그래서 그 올챙이 어디있는데?"였다. 이 녀석들... 멀티비전 밑에 숨겨두고 있었다. 결국 나는 우리반에서 잡아온 올챙이를 생태학습이란 명목하에 기르는 것을 허용했다. 물갈아주고 밥주면서 책임감도 길러지지 않을까하는 기대였다. 하지만 우리반 올챙이들은 뒷다리와 앞다리가 나고 꼬리가 사라질무렵 슬픈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만약 내가 그때 우리반 학생들을 무단결과라고 하는 면에만 중심을 두고 혼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한 학생이 친구들과 함께 슈퍼에 가서 충동적으로 500원짜리 음료수를 훔쳤다. 그런데 운도 없게 딱 그자리에서 걸리고 말았다. 가게 주인은 화가 나서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고, 학생들은 사정끝에 학교에 알리는 선에서 끝내기로 했다. 한 녀석은 우리반, 다른 녀석은 다른 반... 나는 500원짜리 음료수이라서가 아닌, 단 한 번의 실수로 그 학생을 도둑으로 몰기 싫었고 다음부터는 이러면 안된다고 훈계하고 상황을 마무리지었지만 다른 반 선생님은 학부모 호출까지 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된다고 버릇을 확실하게 잡아야한다는 명목하였다. 하지만 결국 결과적으로 보면 그 반 학생은 자신에 대한 자괴감으로 엄청난 삐뚤어짐의 길을 걷고 말았다.

 

교사란 이렇듯이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의 눈에서 바라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온 김영초 선생님 또한 마찬가지이다. 7명의 나름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학생들에게 친구로, 아빠로, 교사로 다가감으로서 그들의 안좋은 면을 고쳐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것도 편지를 통해서...  편지의 힘은 대단한 것 같다. 같은 말이라고 해도 편지를 쓰게 되면 전달력에 힘이 더해지는 위력을 지녔다. 그런 위력을 통해 김영초 선생님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학생들의 문제유형에 대해 해결안을 제시한다.

 

매사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다 김영초 선생님의 편지를 통해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기른 빨간 무지개 상욱이, 공부를 통해 얻는 지식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주황 무지개 민희, 자신이 정말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지못해 방황하던 노랑 무지개 은서,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이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희망이 없이 살던 초록 무지개 현성이, 항상 상처주는 말로서 친구들을 무시하는 파랑 무지개 윤석이, 모든지간에 남 탓을 하면서 지각을 일삼고,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던 남색 무지개 태구, 당장의 어려움 때문에 쉽게 포기하는 버릇이 있던 보라색 무지개 지혜 등 모든 학생들이 김영초 선생님을 통해 변해가는 모습이 드러나있다.

 

이 책을 읽음으로서 나 역시 그런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주위의 모든 학생들에게 그러하지는 못하겠지만 조금만 더 마음을 열고 학생들을 바라보면 내 도움을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어쩌면 나는 그들의 간절한 구원의 눈빛을 모르는 채 외면하지는 않았는가 반성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학생들을 위해 편지를 쓰리라 다짐한다. 그 누구보다도 한 사람의 인생에 많은 영향력을 주는 교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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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nine 2008-12-06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유니 선생님, 구경분입니다. 제가 쓴 동화 '얘들아, 무지개 잡으러 가자'를 읽고 좋은 글을 달아주셨군요. 반갑습니다. 제가 그린 아이들은 석모도에 있는 해명초등학교 학생들 - 제가 5학년때 가르쳤던 아이들의 실명이랍니다. 그 아이들이 지금 중학교 1학년이 되었습니다. 제 동화속에 나오는 선생님 이름은 늘 '김영초' 선생님입니다. 김영초 선생님은 나의 분신이지요. 선생님께 제 새로운 동화책 한 권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아주 좋은 선생님이 되실거라는 확신이 서기 때문이지요. 핸드폰에 주소를 찍어주세요.(011-669-1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