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형수 - 오늘도 살았으니 내일도 살고 싶습니다
김용제.조성애 지음 / 형설라이프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김. 용. 제. 이 석자는 아마 내 인생에서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 될 것이다. 어릴 적 뉴스에서 보도되었던 여의도광장에서의 사건이 이 사람에 의해 일어났으며, 실질적 사형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시행된 마지막 사형의 대상자였다는 것만이 아니다. 그 사람의 인생의 참회록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불쌍한 마음이 들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답답하고 아팠으며 더 나아가 이제는 교사로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문제아 취급하는 생활속에서 어쩌면 김용제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자전거가 내리막길을 향해 내려갈 때 급격한 마찰열에 의해 브레이크가 망가진 것처럼 그의 인생도 정말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지막을 향해 질주했으며 이는 여의도광장의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필요충분조건이 되었던 것이다.

내가 가르친 수많은 학생들 중에도 김용제처럼 제한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녀석들이 있다. 15살이란 나이에 소년원을 드나들면서 절도와 갈취를 일삼았던 그 녀석의 인생에서 내가 해줄 수 있던 것은 마치 용제의 담임선생님이 시력검사를 하러 안경원에 데려가주었던 것밖에 안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워낙 나쁜 나 역시 시력검사를 하면 어느 정도의 미약한 시력은 잡혔는데 김용제씨는 시력이 잡히지 않을 정도의 어두운 시야를 가지고 살았으니 과연 그 눈에 비춘 세상만큼 어두운 삶을 살지 않았을까?

사람의 무한질주에는 테클을 걸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법. 용제 역시 그 누군가가 존재했다면 더 이상 망가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사랑하는 그녀가 있어 남은 인생을 약속했더라면, 작은 형과 큰 형이 모두 용제의 진심을 이해해주고 엄마와 아빠와 같은 역할을 해 주었더라면, 엄마가 바람만 피지 않았더라면, 아버지가 자살만 하지 않았더라면, 할아버지가 그렇게 아쉬운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시력으로 할 만한 일이 하나라도 있었더라면 말이다. 하지만 삶은 참으로 잔인한 법. 하지 않았더라면의 가상의 현실은 실제로 이루어지지는 않는 법이다. 아마 이 많은 일들보다도 용제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사랑이 아니었을까 한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기에 그는 끊임없는 도둑질과 거짓말, 갈취 등을 반복했고 더 나아가 자신을 해하려하지 않았을까? 주님은 말씀하셨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 자신에게 베푸는 것보다 더 낫다고... 우리는 과연 얼마나 나보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을 돌아보는 것일까? 과연 나는 얼마나 주위를 둘러보고 사는 것일까?

처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사형제도에 대한 찬성의 입장을 가지고 바라보았으나 마지막 장을 덮기까지 나는 사형제도가 아닌 용제의 인생과 우리의 인생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최근에 일어난 나영이 사건이나 여러 살인사건들의 용의자들을 보면 정말 싸이코패스의 면모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강력범죄가 늘어가는 속에서 사형제도를 부활해야하는가 아니면 폐지해야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속에서 이 책은 아마도 사형제도를 폐지해야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지 않을까 한다. 사형수이기 전에 그 사람이 그런 상황이 될 수밖에 없었던 여러 가지 제조건을 검토해보면 이유없는 죄인은 없다고 다들 안타깝고 불쌍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릴적 겪은 불행한 경험이나 가정의 부재등에 의해 만들어진 범죄자들의 인생을 다 이해한다면 쉽게 사형을 하잔 말이 나오진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형제도를 찬성한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 그것만이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용제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고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물론 지금의 험악한 사회에서 수많은 범죄를 저지를 강력범죄인들의 죄와 비교한다면 그나마 인지상정의 문제로 이해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제 우리는 수많은 강력범죄자들에 대한 죄값을 어떻게 치러야하는가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하는 것은 용제의 죄를 용서해준 피해자의 할머니처럼 우리가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하는 점이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한 것처럼 그들의 잘못에 대한 것은 책임을 지라고 해야겠지만 그래도 그 사람 자체는 미워하지 않고 용서해 줄 수 있는 마음이 되었는가 반문하고 싶다. 겉으로 항상 이야기하듯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습니다며 인간의 생명은 인간이 뺏는 것이 아니며, 사형은 합법적인 살인이다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과연 피해자와 같은 상황이 되었을 때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는지를 묻고 싶은 것이다. 사형제도에 대해 피해자나 가해자가 아닌 제 3의 인물이 찬반을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결정이 더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 아닐까? 용제가 죽은 지 어느새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10년 전의 사건이 이제와서 책으로 출간되기까지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 책이 주는 시사점을 짐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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