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심리백과 - 완벽한 부모는 없다
이자벨 피이오자 지음, 김성희 옮김 / 알마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2007년 12월. 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기다리던 아이는 아니었고, 원하던 아이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았고 이 아이와 16개월을 같이 했다. 한 없이 이쁘고 귀여운 날이 있는가 하면, 웬수가 따로 없단 생각이 드는 날도 있었다. 어릴 적 나의 기억속에서 존재하는 나의 엄마는 그리 친절하지도, 자상하지도, 사랑스럽지도 않았다. 힘든 경제적 여건속에서 어쩔 수 없었겠지만 엄마는 나에게 화를 냈고 짜증을 냈고 상처를 주었다. 고스란히 그 상처는 내 것이 되었고, 어쩔 때는 난 엄마의 소유물이 아니라면서 소리를 지르는 내가 있었다. 엄마를 사랑한 적도 없었고, 난 어쩔 수 없이 여기에 엄마의 딸로 태어나 살고 있을 뿐이었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아이를 낳기 전 내 스스로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내 엄마와 같이 되지 않으리라. 절대 이 아이를 나처럼 상처받게 하지 않으리라.... 그런데 여전히 나는 엄마의 모습을 그대로 옮긴 복사체로 살고 있는 것이다. 가끔은 출근해야하는데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 울어대는 아이를 보면서 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그 때문에 또 나는 상처받고 나를 이해하지 못한 체, 겉과 속이 다른 이중인격체가 되어 가고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나에게 내가 ‘정상’임을 알려준 고마운 책이다.

 

책꽂이 한 쪽을 거의 다 차지하고 있는 수많은 육아서들은 모두 아이에 대한 것만 이야기할 뿐 그 아이를 키워내고 그 아이로 상처받은 한 인간 “부모”에 대한 내용을 다룬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항상 나는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나를 당당히 바라볼 자신이 없었는데 부모의 심리를 꼼꼼하게 다룬 이 책은 덕분에 나를 한 아이의 엄마로 서 있을 수 있게 하였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부모로부터 받았던 상처를 아이에게 그대로 전가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나의 상황을 인식했다. 이것은 이제 숨겨서 될 문제도 아니고, 없던 것으로 치부해서 될 문제도 아니었다. 다만 나는 나의 상태만 인식한 것이 아니라 이를 이겨낼 또 다른 대처방안을 알게 된 것이다. 덕분에 나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최선을 다해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심적 여유를 얻게 되었다. 아직도 내 주위에는 왜곡된 자신의 감정 때문에 괴로워하는 엄마들이 많다. 그런 내 주위의 엄마들에게 이 책을 권유하고 싶다. 그들도 정상이며 그들도 당당히 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더 이상 불행한 엄마는 없어지길 바란다. 이 책이 태어난 이유가 이에 있지 않을까? 앞으로도 이러한 부모의 심리를 대변하는 책들이 많이 나오길 바라며, 외국의 사례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이 쪽을 연구하는 심리학자가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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