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가 바보들에게 - 우리시대의 성자 김수환 추기경, 우리 영혼에 깊은 울림을 주는 잠언들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 1
알퐁소(장혜민) 옮김, 김수환 글 / 산호와진주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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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뒹구는 낙엽을 보고도 눈물을 흘렸던 감수성이 짙고, 철학적인 사색에 쉽게 빠져들던 나는 왜 그리도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다워보였었는지... 10년 여 간의 삶은 그런 나를 너무도 현실적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행복이란 무엇인지, 운명이란 무엇인지,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매일 밤 달을 보고 사색에 빠졌던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집을 살 수 있을지, 우리 아이가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 할지, 어떤 음식이 몸에 좋을지를 궁리하면서 살고 있는데 아직도 그러한 순수함을 잃지 않은 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분이 아마 이 분이 아닐까 싶다. 초등학교 시절 엄마를 따라 세례를 받으면서도, 중학교․고등학교 시절 힘든 학업속에 지쳐 성당에서 기도를 할 때에도, 그 분은 나에겐 너무도 멀고 위대한 존재였다. 그냥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른 무엇이 있을거라 막연히 생각했는데 2009년 2월. 그 분이 하늘의 한 줌이 되어 사라진 후 알게 되었다. 그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그 분의 생각을 표현해 놓은 그의 사색집을 보고서야 말이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현실적인 것에만 걱정을 하고 우주의 원리나 철학적인 부분에 대한 관심을 뒤로 한다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하겠는가. 나 같은 사람들이 하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수많은 소설가와 시인... 그리고 이 분이 존재했나보다. 따스한 맘이 느껴지는 그의 잠언집 한 장 한 장에는 그 분의 생각과 그 분의 눈물과, 그 분의 인생이 담겨져 있었다.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까지는 구체적으로 담겨있지 않지만 그의 글은 모든 것을 추측할 수 있게 해주었다. 남을 위해 울어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분이었기에 수많은 신자들을 넘어 세상의 인류에 대해 걱정하였으리라. 우리의 원죄에 대해 걱정하고, 우리의 아픔을 같이 슬퍼하며, 쓴소리를 거침없이 자아내면서 그렇게 살았으리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러나 하지 못한 그 일을 그 분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행했다. 이제 세상에 없는 그 분의 귀하신 말씀을 담은 “바보가 바보들에게...”란 잠언집.... 본인을 바보라 칭하고 세상의 모든 이들을 바보라 칭한... 용기있는 그의 고백에 박수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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