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서 작성 입문 로스쿨강의 시리즈
도재형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젠가 역사교양서를 읽다가 재미있는 구절을 발견했던 기억이 있다.

 

요약하자면, 조선 초기(태종) 송사사건에 대한 기록인데 유독 “특정 재산권에 대한 분쟁을 해결해 주십사”하는 요즘말로 하면 민사소장접수가 전국적으로 1만여건에 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겨우 400만의 인구를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소위 “청구취지”내지는 “청구원인”이 대부분 대동소이하다는 점이다.자기집 재산목록 1호인 家僕(종,노예)이 가출하여 남의집 가복과 정분이 나서 아기를 낳았는데, 이 아기의 소유관계를 명확히 판단해 주십사 하는 웃지못할 사실들이었다.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이해가 안될 수도 있지만 그 시절의 법과 제도하에서는 엄연히 노예가 존재하던 시절이었고, 노동력의 주요원천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었기에, 재산목록 1호로 당연히 가복을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소장작성의 형식이야 지금과는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공식적인 분쟁해결수단으로서의 의사소통능력, 그 중에서도 법문서 작성능력은 예나 지금이나 기본적으로 갖춰야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 “분쟁해결수단의 활용”이라는 시각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와 비교했을때 달라진 점이 있을까 ?

 

아마도 과거에 비해 분쟁해결 혹은 권리구제수단이 보다 다양화되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나라가 임명한 관리앞에서 원고 와 피고의 공방과정을 거쳐 최종판단을 관리에게 위임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살다보면, 개인을 포함한 가족 내지 주변 지인의 일로 한 두 번 송사를 경험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이 글을 쓰는 본인도 업무적으로 혹은 가족의 일로 몇 번 법정을 드나들었던 경험이 있다.

 

처음엔 변호사를 선임해서 송사업무를 위임하여 해결하였지만 소액사건 등은 직접 해결했던 경험이 있다. 물론,직접 소장 및 답변서 등을 작성하는 업무처리는 미숙한 점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우는 기회가 되었으며, 한편으론 기회가 오면 부족한 법률지식을 체계적으로 배울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이런 연유로 오늘 추천할 도서는 현직 로스쿨 교수가 지은 “법문서 작성입문”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책제목에서 암시하듯이 법정에서의 의사소통 핵심인 법률문서를 작성할 때 필요한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내용들을 일반문서작성과 차이점을 비교하면서 나름대로 읽기쉽게 정리해놓았다.

 

 

책의 구성은 크게 총론부분과 각론부분으로 나눠져 있는데, 총론부분에서는 법문서 작성의 이론적인 내용을 “왜 작성하는가?”라는 물음을 가지고서 “법률문제 해결과정의 전반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각론에서는 “어떻게 작성”하는 것이 상대방을 설득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각각의 개별적인 종류별로 지침과 사례를 예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각장별 목차를 훓어보면,

 

>> 1장은 법조인으로서 글쓰기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설명한다.

 

>> 2장은 법문서의 일반적인 작성방법에 관해 설명한다.

 

>> 3장은 법적근거들에 대해서 살펴본다. 이는 법문서가 기본적으로 “법률적 지식에 기반”한 글쓰기이기 때문이다.(법률,판례,법률문헌)

 

>> 4장은 법조인들이 법률문제를 해결할 때 자주 사용하는 논증방식에 대해 설명한다. 흔히 삼단논법 혹은 IRAC라고 부르는 이것은 법률문제를 해결할 때 생각의 틀로 사용하는 것이다. 프로세스는 다음의 과정을 따른다.

 

Issue(쟁점)파악->Rule(법률적근거)찾고->사실관계에 Apply(적용)->Conclusion (결론)을 통해 법률문제를 해결한다.

 

>> 5장은 법조인으로서 생각하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 사례형 논술문제중심으로 작성법을 설명한다.

 

 

>> 6장에서는 의견서 작성방법을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법조인은,

 

사안의 쟁점파악->법률정보조사->의견서에서 그 결과 예측->법률적조언의 프로 세스를 따른다.이를 통해 사실에 대한 접근방식을 활용한 법률정보조사능력 및 법리에 대한 이해, 분석력, 판단력 등을 함양할 수 있다.

 

>> 7장에서는 소송서류의 작성방법을 설명한다.소송서류는 설득적 글쓰기를 통해 작성해야 된다는 점과 그 기재사항이나 제출기한 등이 법령에 의해 제한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 8장에서는 민사소송서류의 작업에 관해 설명한다.

이 장에서는 실체법 및 소송법적 지식 등에 기반해 민사소송서류를 작성하는 법을 배우는데 이는 기본적 변론 기술을 배우는 기회이기도 하다.

 

>> 9장에서는 형사소송서류의 작업에 관해 설명한다.형사소송작업에는 법리적 논증 뿐만 아니라 사건의 배경,범죄의 동기등을 설득적으로 기재함으써 법관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10장에서 법률문서 기재례를 부록으로 첨부했다.

 

무엇보다도 이책은 300페이지 분량의 비교적 얇은 두께 때문에 안도감을 준다.물론 내용은 충실하다. 법률실무를 하시고자 하시는 비법학도에게 우선적으로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을 인용하면서 마무리를 한다.

 

“아무리 글쓰기와 관련된 지식을 완벽하게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글쓰기 능력,특히 법문서를 제대로 작성하는 능력을 갖출 수는 없다.그러한 능력은 오로지 연습과 실무적 경험,개인적 성찰 등을 통해 체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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