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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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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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화는 용기를 아홉 번 죽였다. 매번 다른 방식으로, 숨을 확실히 끊어놓았다.”
첫 장을 펼치자마자 주인공의 살인 장면이라니, 충격적인 첫 문단이었다. 다음 장까지 넘기고 나서야 진짜 살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한 사람을 상상으로나마 아홉 번 죽이는 일은 얼마나 그에게 화가 나 있는 것인지를 가늠하게 했다. 재화는 용기를 “평생을 함께할 엄두는 도저히 나지 않는” 남자로 서술했다.
소설 내 재화가 쓴 아홉의 단편이 인상적이었다. 매번 다른 세계관에 재화와 용기가 다르게 나오지만, 언제나 결말은 한 방향이다. 용기가 죽는 것. 재화는 왜 소설에서 용기를 죽였을까. 아마 재화의 “달 밖은 창가에”라는 단심의 시조를 “닭 발은 창가에”라고 외워버릴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용기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던 날이 있었다. 용기는 그 말을 초콜릿 바를 받듯 가벼이 받았었다. 재화의 마음, 꺾인 부분에서는 잔 가루들이 날렸는데.
너는 모르지.
…그 순간에는 옛날 사람들처럼 고전적으로 진지했다. 그리고 그 바보 같은 럭비 선수는 전혀 그렇지 못했지. 뭐가 그렇게 심각하냐고 재화를 보고 웃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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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얘기하고 사랑을 얘기할 때는 역시 진지해야 해, … 어디서 누구를 사랑하고 있든 간에 신중히 사랑을 말하길. 휘발성 없는 말들을 고르고 골라서, 서늘한 곳에서 숙성을 시킨 그다음에, 늑골과 연구개와 온갖 내밀한 부분들을 다 거쳐 말해야 한다고.
그게 아니면, 그냥 하지 말든가.
「덧니가 보고 싶어」,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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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에 실없이 웃으며 읽은 정세랑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요즘 너무 사랑하는 작가님이다. 재화의 단편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세랑 작가님의 세계관은 어디까지 나아가는 걸까. 정말 가늠할 수 없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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