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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그림책 -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입니다 ㅣ 위로의 책
박재규 지음, 조성민 그림 / 지콜론북 / 2015년 3월
평점 :
최근 이 책과 비슷한 책들을 꽤 읽은 것 같다. 그릇이 작다고 내용물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듯이 짤막한 글이지만 그 속에 담긴 '큰 의미'는 즉각적으로 마음에 강한 울림을 전달한다. 긴 문장이 읽기 싫은 날, 머리가 복잡한 날 마음을 진정시켜 줄 수 있는 짧은 글 한 줄의 위력을 맛보곤 했었다. 감각적인 그림과 가슴속에 박히는 글들이 그날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신기한 경험도 하게 된다. 여타의 책들이 그러하듯 위로의 그림책 역시 곁에 두고 읽고 싶은 책이다. 한번 읽고 마는 소설책이 아니라 그때그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보고, 맞아 맞아하는 공감과 위로가 있는 책들 말이다.
이 책의 장점은 글과 그림의 호흡이 환상적이라는 것이다. 오랜 시간같이 해온 친구같이 가만히 있어도 어색함 없이 스며든다. 거기다가 한 줄, 혹은 2줄의 유독 짧은 글 120개가 신선하고 새롭다. 첫 장을 열자마자 순식간에 반을 읽어버리곤, 한동안 책을 보지 못했었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도 했고, 첫 느낌이 강렬하지 않았기도 했던 이유에서이다. 얼마 전 피곤한데 잠이 통 오지 않는 밤, 다시 본 이 책은 천천히 달리는 시골 기차 같았다. 글과 그림을 가만히 음미하며 읽다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위로의 그림책이라는 제목에 공감이 갔다. 그림과 글을 꼭 같이, 천천히 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마음에 담긴 글들이 많은데, 몇 가지 소개하자면 먼저 똑같은 일상에 지친 주말만 기다리는 나를 뜨끔하게 한 글이다.
" 금토일만 기다리며 월 화 수 목 천대하면 그 월 화 수 목 너무 불쌍하지 않나요? 모두가 당신의 소중한 하루들인데"
" 이제 멈출 때도 되지 않았나요? 당신의 몸에 대한 당신의 갑질"
" 이른 아침 알람을 매일 투덜대며 끄고 있다면 지금 뭔가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지친 나에게 위로가 되는 글들도 있었다.
" 옷에 튄 얼룩의 처리 방법과 맘에 튄 얼룩의 처리 방법은 완벽하게 동일하다 최대한 신속하게 그 얼룩을 지울 것"
" 때로는 한 줄의 글도 이해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사랑은, 하물며 인생은, 하물며 죽음은"
수채화 같은 편안한 그림과 위로의 글이 담긴 이 책은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이라고 말한다. 결승점이 있는 레이스가 아닌 산책이라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산책길에서 만나게 되는 좋은 추억은 소중히 간직하고, 나쁜 기억은 훌훌 털어버려야겠다. 산책을 몹시 좋아하는 나에게 인생이 어쩐지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같이 다가온다. 작은 위로가 필요한 때, 작은 토닥임이 그리울 때, 좋은 친구가 되어줄 이 책 역시 이번 봄에 받은 선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