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Levels of Life(인생의 층위들)'이란 원제를 갖고 있는 줄리언 반스의 책 제목이 궁금했는데 책을 읽고 난 후 이해할 수 있었다. 하늘에서부터 지하까지 사랑이 끝없이 이어져 있음을 말하고자 했을까. 관련 없을듯싶은 세 가지 이야기가 아내를 잃은 저자의 상실의 아픔을 대변해 주는듯했다. 비상의 죄, 평지에서, 깊이의 상실 이야기의 제목들은 이렇다. 각각 하늘, 땅, 지하를 가리키는 이번 책은 기구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늘을 떠다니는 풍선 같은 그 열기구 말이다. 기구에 미친 사람들, 펠릭스 투르나숑(나다르), 프레드 버나비, 사라 베르나르가 등장하는데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다르이고 두 번째 이야기는 나머지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예상대로 이 책의 저자 줄리언 반스가 2008년 뇌종양으로 급작스럽게 사망한 아내 팻 캐바나에 관해 쓴 회고록이 담겨있다.

 

비상의 죄. 기구를 사랑하고 세계 최초로 항공사진을 촬영한 나다르의 이야기이다. 왜 기구였을까? 슬픔에 빠진 저자 스스로를 멀리서 바라보고 싶었던 건 아닌지, 저자는 멀리 떨어진 채 우리 자신을 바라본다는 것, 주체가 순식간에 객체가 된다는 것, 이는 우리에게 심리적인 충격을 안겨준다고 말한다.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나다르의 아내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는 슬픔이었다. 아내 에르네스틴이 떠난 땅 위의 삶을 오래 견디지 못한 나다르였다.

 

평지에서. 실존 인물들을 허구적으로 합일시킨 로맨스이다. 프레드 버나비와 사라 베르나르는 사랑에 빠진다. 끝내 이루어 지진 않았고, 버나비의 꿈은 추락하고 죽음을 맞지만 평지에서 사랑을 열망하여 날아올랐다. 저자는 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라고 단언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을 갈망하는 것은 사랑이 진실과 마법의 접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진에서의 진실, 기구 비행에서의 마법처럼. 이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영원한 사랑을 불신하면서도 갈망한다. 저자는 버나비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끝이 났지만 후회 없었던 사랑은 아닐까.

 

깊이의 상실. 하늘에서 땅에서 그리고 마지막 지하를 타나 내는 이 책의 마지막 이야기 이자 저자 본인의 담담하지만 슬픔이 묻어나는 에세이이다. 사별의 고통이란 것을 감히 말할 수 없지만 상상 그 이상이란 것은 느낄 수 있다. 이별할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면 더 말할 수 없으리라. 앞선 두 이야기에서 사랑을 타고 내려와 추락한 기구를 말한다면,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그 후 찾아온 고통을 말하는 듯하다. 곳곳에 슬픔이 묻어나서 편안히 읽을 수 없을 것 같지만, 사별한 후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 변화를 담담히 풀어놓는 줄리언 반스의 이번 책은 독자들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기 전 소개 글에서도, 옮긴이의 말에서도 보았던 ' 하늘과 땅과 지하를 떠도는 늙은 오르페우스의 엘레지'라는 표현 이외에 달리 이 책을 표현할 수 없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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