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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리즈의 서울 지하철 여행기
찰리 어셔 지음, 리즈 아델 그뢰쉔 사진, 공보경 옮김 / 서울셀렉션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출근길이나, 선선한 바람이 불고 드라이브하고 싶은 날엔,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종점까지 쭉 가고 싶어진다. 친구나 연인과 만나서 별다른 할 일이 없는 날에도 무작정 대중교통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종점까지 가본 날은 많지만 중간에 아무 역이나 내려 구경에 나선적은 없는 것 같다. 특히나 난 서울시민은 아니라서 서울 지하철 여행기란 책이 신선하고 반갑다. 더욱이 외국인인 찰리와 리즈의 눈을 통해 본 서울이 궁금했는데, 한국인인 나보다 더 자세히 알고 있는 우리 역사와 지리를 보고 누가 외국인인지 분간이 안 간다. 나 역시 서울에 가면 이방인이자 외국인이 아닐까. 찰리와 리즈가 느끼는 새로움과 낯선 감정은 이방인인 나와 체감온도는 같을 것이다.
주요 관광지 위주로 지하철을 승하차해보아서 우리 외국인 친구들이 방문한 역들 이 낯설다. 처음 들어보는 역도 많아서 난 역시 서울에 문외한이었구나 싶었다. 한가지 예로 내가 절대 가볼 일 없을 것 같은 녹사평역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첫 페이지에 등장해서 천천히 음미하며 읽기도 했지만, 이런 문화도 존재하는구나 싶어서 여기가 한국이 맞나 싶어졌다. 미군 기지와 외국인들이 많이 모여사는 곳. 이 소박한 동네에서 진짜 한국 이웃들과 외국인들이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니, 정겹고 아늑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태원과 비슷한 분위기라 하니 한번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특유의 밤 문화와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찰리는 방문한 곳의 역사와 주변의 지리 정보, 괜찮은 음식점 등 여러 가지 문화를 소개한다. 마지막엔 지도와 주변 여행정보 라는 코너에 소개한 음식점 등의 연락처도 공개했다. 리즈 역시 감각 있는 사진으로 보는 이의 감성도 자극하고 눈도 만족시켜줬다. 녹사평역에서는 찰리가 서울에서 최고로 꼽을 만한 막걸리 집도 소개한다. 외국인들의 입맛에 한국 맥주가 크도록 맛이 없었다니 충격이다. 하긴 나도 시원하지 않은 우리나라 맥주는 먹기가 힘들긴 하다. 찰리의 역사인식은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알고는 있지만 발품을 팔아가며 문화유적지 탐방에 나서지 않는 나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 같다. 국사를 공부하며 항상 가보고 싶었던 곳들이었는데 찰리가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에 마음은 벌써 그곳을 향해가고 있다.
찰리의 말처럼 집에서 멀리 떠나와 처음 바다를 마주했을 때는 놀라워하지만, 얼마 후 그 풍경에 익숙해지고 나면 더 이상 바다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나 역시 우리나라라는 이유로, 언제든지 가볼 수 있다는 이유로 더 이상 설레지도, 궁금해하지도, 감동하지도 않는 것 같다. 길가에 핀 풀 한 포기조차 아름답게 보일 때가 있는데,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더 아름답게, 작은 풍경에도 감동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해준 찰리와 리즈가 고맙다. 서울의 구석구석을 다시 느껴보며 외국여행에 목매지 말고, 우리나라 수도 서울의 매력에 빠져보길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