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트] 별안간 아씨 - 전2권 ㅣ 별안간 아씨
서자영 지음 / 고즈넉 / 2014년 5월
평점 :
정조, 홍국영, 서얼 허통법등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고 있어 자칫 오해하기 쉽지만, 이 소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잠시 접어두고 소설 그 자체로 만 읽어야 제맛일 것이다. '성균관 스캔들'이나 '해를 품은 달'처럼 퓨전사극의 달달한 재미에 푹 빠진 이들이라면 기대해도 좋을만한 신간이다. 사대부 양반들의 명분이 주를 이루는 시대에 노비와 양반의 혼사라니, 특히나 그 상대가 노론 수장의 장남이라면, 이 이야기의 결말이 몹시 궁금해서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책이다.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적들의 표적이 된 이산(정조), 정조의 오른팔이자 뛰어난 지략가인 홍국영, 서얼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벼슬길은 물론 집안에서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시대를 잘못 만난 천재 강형수, 노론 수장의 아들답게 고지식하고 대쪽같은 성품의 최규식, 그리고 요조숙녀로 거듭나게 되는 이 소설의 주인공 노비 덕이가 주요 인물들이다. 사건을 도모한 정조와 홍국영, 강형수는 덕이와 최규식의 혼사를 추진한다. 양반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신분제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다. 노비도 교육을 받고 꾸미고 가꾸면 별당아씨가 될 수 있을까? 양천의 차별과 남존여비 사상 등 덕이를 통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신분제 사회의 여러 모순들을 풀어놓는다.
이 엄청난 사기행각에는 자신의 세력이 필요한 정조와 서얼 출신이라는 설움이 가슴에 한으로 맺힌 강형수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있다. 그리고 노비로 살다가 그냥 그렇게 죽기 싫은 덕이의 간절한 마음도 담겨있다. 덕이는 무사히 혼사를 치를 수 있을까? 강형수와 덕이 최규식의 삼각관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1편에서는 덕이가 요조숙녀로 거듭나는 과정이 묘사되고 2편에선 본격적인 최규식 꼬시기와 강형수의 또 다른 꿈 등 이야기의 결말이 예상과는 다르게 전개될 것이다.
이 소설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된다면 단연 감초 조연들의 연기가 돋보일 것이다. 그만큼 인물 묘사가 실감 나고 매력적이다. 강형수의 엄마이자 기생 월향이나 강형수와 대의를 도모한 친구들 등 기억에 남을 조연들이 많을 것 같다. 뻔한 해피엔딩이라고 예상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덕이는 과연 누구와 사랑의 결실을 맺을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 사건은 어떻게 결론이 날까? 요즘 약간의 휴식이 필요하던 차에 읽은 반가운 책이었다. 순식간의 몰입으로 머리가 깨끗이 비워지는 기분이다. 달콤 쌉싸름한 퓨전사극 한편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