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마음속 108마리 코끼리 이야기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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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간절히 갖고 싶은 코끼리(그 무엇이 든 지 간에)를 포기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면 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 아닌가 싶다. 현실로 이뤄지지 않아 불행하고, 가질 수 없는 절망감에 내 마음속에서 술 취해 비틀대는 코끼리를 이제 그만 미련 없이 보내주고 행복해지라고, 그만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 미련 없이 내려놓는다는 것, 진정으로 나를 사랑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세상 만물을 마음의 눈으로 본다는 의미는 무엇인지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유쾌한 아잔 브라흐마 스님과 함께 떠나는 이야기 속 여행이 상상 그 이상의 깨달음을 준다.

 

'스승 아잔 차와 함께 지낸 일화, 지난 30년 이상 수행자로 지낸 자신의 성장과 경험들, 고대 경전에 실린 이야기, 농담, 그리고 절에서 행한 법문'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책에는 스님의 일화도 나오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책을 읽는 나의 마음 상태와 상황에 따라 깊이 가슴에 박히는 일화들이 있었다. 최근 치과 치료로 갑자기 치아가 칼로  찌르듯이 시려 몹시 고통스러운 순간이 있었는데 아잔 브라흐마 스님의 일화가 생각났다. 치통을 밤새 참고 견디며 고통을 내려놓음으로써 고통을 더 이상 느끼지 않게 되었다는 스님! 아아 나에겐 적용되지 않는 방법이었다. 내려놓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스님의 가르침이 더 필요한 것 같다.

 

108가지 일화들이 목차에는 나열되어 있지 않고 제목도 없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에겐 그때그때 찾아보면 좋을 것 같은데 책을 처음부터 쭉 읽어서 다른 일화들에서도 깨달음을 얻고 가라는 깊은 뜻이 숨어 있으리라 짐작해 본다. 사람들 속에 스며들어 그들과 소통하며 깨달음을 전하는 스님을 보니 몇 해 전 나의 멘토이셨던 혜민 스님이 생각난다. SNS를 통해 따스한 위로를 건넸던 혜민스님처럼 아잔 브라흐마 스님도 동영상 강연으로 소통하고 계셨다. '금요일 밤의 법문' 꼭 들어보고 싶다. 영국인 스님이 전하는 법문과 위로, 가르침은 어떠할까? 무소유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내면에 깊은 호수가 있지 않을까. 호수 속에서 허우적 대면서 약간의 진리를 엿보고 가지만 스님이 주는 큰 깨달음은 반도 못 깨우치고 가는 것 같다. 천천히 책을 다시 읽어 보아야 할 것 같다. 

 

사람들 마음이 스님만 같다면 다툼도 미움도 없을 텐데, 우리는 스님과 같은 오랜 수행을 하지 않았기에 부족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서평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마음에서 비우지 못한 일 때문에 괴롭다. 그 생각이 떠나질 않아 글쓰기에 오롯이 집중할 수가 없다. 서평을 빨리 쓰고 그 일을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당장에 해결될 일이 아닌데도 왜 이렇게 조바심이 들고 마음에서 놓을 수 없는지 스님은 그 이유를 알고 있으리라. 내가 책을 다시 읽어봐야 할 이유가 아닌가 싶다. 감히 내 마음을 다스려보고 싶어서 꼭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난 제대로 실천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차근차근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유를 알아봐야겠다. 술 취한 코끼리는 아직 떠나보내지 못했지만 내 마음속에 술 취한 녀석이 있다는 것을 자각한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싶다. 시작이 반이라는 명언이 있지 않은가.

나처럼 코끼리를 넓은 초원에 보내주고 싶은 사람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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