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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클럽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김성균 옮김 / 까만양 / 2014년 3월
평점 :
오랜만에 읽는 19세기 고전 작품이다. '지킬앤 하이드'를 뮤지컬로만 보아서인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라는 작가 이름을 알지 못했었다. '자살클럽' 의 내용도 전혀 몰랐다. 1878년에 발표된 소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고 매력적이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감동을 주고 계속 회자된다는 것은 고전 작가로서 대단한 극찬일 것이다. 이 책의 1/3가량을 스티븐슨 작가의 연보와 평가들, 특징, 후기로 채웠다는 것 자체가 작가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동안 알지 못 했던 대단한 고전 작가의 면모를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더 알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보물섬'이나 '해안 모래언덕의 외딴 집' 그리고 '라자의 다이아몬드' 등도 필히 읽어야 될 고전소설 목록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그 당시에도 자살이란 것을 생각해본 사람들이 있다니 우울과 절망 삶의 마지막 고비는 시대를 불문하고 비슷한 것인 가 보다. 이 소설에도 사는 것이 지루한 사람들이 모인 자살클럽이란 것이 존재한다. 이름만큼이나 음침하고 두려움을 주는 단체다. 두 주인공도 이 단체에 잠입하게 되는데 먼저 놀라운 화술과 화법, 처세술에 능하고 예의범절이 몸에 배었으면서 호탕하기까지 한 치명적인 매력의 플로리즐 왕자, 그리고 왕자를 보좌하는 의리와 든든함의 상징으로 비치는 제럴딘 대령이 그 인물들이다.
여기서 벌어지는 카드놀이는 무시무시하다. 52장의 카드 중 스페이드 에이스를 받은 회원이 죽음의 날을 맞게 되고, 클럽 에이스 카드를 받으면 자살 도우미를 하게 된다. 이곳의 회원들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용기는 없어 보인다. 막상 스페이드 에이스 카드를 받으면 두려움에 몹시 떠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자살 도우미가 필요한 것이긴 한데, 이건 살인사건이나 마찬가지이다. 플로리즐 왕자는 이 엄청난 카드놀이를 멈추고자 다시 한번 참여하게 된다. 그날의 스페이드 에이스는 왕자가 받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소설은 흥미진진해진다. 추리소설이라고 말하기엔 결말이 뻔히 보이고 구미가 당겨지지 않는 요소들이 있긴 하지만, 인물들의 묘사나 그 시대 배경의 설명만으로도 그 속에 빠져들기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이 부분에서 작가의 역량이나 필력을 알 수 있지 않나 싶다. 자살클럽 회장의 정체는 아리송한 점도 있어서 상상력을 자극 시키기도 한다. 또한 3편이 연작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연결고리를 찾는 재미도 숨어 있다.
소설 자체보다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이란 작가를 알게 된 것에 더 주목하고 싶다. 그의 여러 가지 특징들 중에서도 경쾌함과 합리적인 낙관주의는 소설을 읽으며 가장 공감되는 부분이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주인공들의 분위기는 가볍다. 편안하고 태평스레 보이기까지 한다. 스티븐슨 작가의 매력을 다시 한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몰랐다니 그동안 고전을 등한시 한 것 같다. 다시 한번 매력 속으로 빠져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