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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하얀 렌즈, 그녀의 붉은 렌즈
서동우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진한 사랑 이야기들이 때론 보기 힘들 때가 있다. 그 절절함이 괴로워서 피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이 책도 처음부터 피하고 싶단 생각이 강했다. 요즘 한살 한살 나이가 듦에 있어서 너무 가슴 아픈 사랑을 보면 현실주의자가 되어서 비판하게 되고, 내 기준에 맞추어 생각하고 결론지어 버리기 때문에 깊게 공감하지 않는 일이 많아진 것 같다. 이 책 역시도 지극히 현실주의자인 나에겐 주인공들의 상황과 삶을 살아가는 모습들이 답답하고 안타깝게 보인다. 그럼에도 책을 다 읽고 난 후 그럴 수도 있겠단 마음, 이런 삶도, 사랑도, 인생도... 있다면 너무 슬플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맑고 투명했던 남자 주인공 시후의 하얀 렌즈와 불안하고 강렬했던 여주인공 진주의 붉은 렌즈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매력적이었다. 책의 분위기는 시후가 고등학교 때 좋아했다던 책,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에서 느낄 수 있다. 우울과 절망, 바닥을 기는 듯한 굴곡진 인생, 그리고 자살. 다자이 오사무의 책과 묘하게 분위기가 닮아있다. 그래서 더 읽기 힘든 책이 아니었나 싶다.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나에겐 새드엔딩이 예고된 이 책이 단숨에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먼저 시후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 등장한다. 난 궁금해서 뒷부분 진주의 세상과 번갈아가면서 읽다가 다시 시후의 눈을 통해 읽기 시작했다. 진주는 맑고 투명한 시후를 망가지게 해서 부모님께 받았던 상처를 돌려주려고 한다. 복수하면 할수록 죄책감을 느끼지만 너 깊은 나락으로 시후를 데리고 간다. 진주는 하얀색을 제일 좋아하는데 그래서 시후의 하얗다 못해 투명한 맑음이 부럽기도 하고 동화되면서도 미웠던 것 같다. 알고 보면 시후도 진주와 같은 불행을 겪었는데, 애써 하얀색으로 자신을 포장했다고 해도 시후는 진주와는 다르게 좋은 친구들이 곁에 있어서인지 밝은 빛을 잃지 않았다. 그 빛에 진주도 물들길 바랐지만 어둠의 힘이 더 컸을까? 밝음 과 어둠은 서로 공존하지만 한쪽으로 치우쳐지진 않는데 한쪽을 택한 삶이라면 주저 없이 밝음을 택할 것이다. 그래서 어둠이 강한 이 책이 강한 자는 항상이기는 불편함을 보는듯하여 처음부터 마음 편치 않았었나 보다.
시후와 진주 이 둘은 닮을 수밖에 없는 운명으로 묶여있다. 이름만으로도 힘이 되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모든 진실을 알고 난 후 완전히 무너져버린 진주와 그런 진주를 받아들일 수 없어 타락해버린 천사 시후. 이 둘의 운명이 참으로 가혹했다. 그 후 시후는 어떻게 됐을까 궁금증이 남지만 책은 야속히 독자들의 상상에 맡겨두는 것 같다.
주위에 누군가 힘든 사람이 있으면, 아니 그냥 나 자신에게라도 따뜻한 위로와 긍정적인 마음, 절망의 늪에 빠지지 말라고 손잡아 주고 싶어진다. 외롭다는 건, 누군가가 그립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인 것 같다. 그 시간들 속에서 나를 잃지 말고 더 나은 내가 되길 기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슬프지만 그 속에 피어나는 사랑 이야기 한편 읽어보기 참 좋은 때인 것 같다. 봄바람 부는 날 읽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