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세계사 - 전면개정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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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글을 잘 쓴다. 훌륭한 교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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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프랜 리보위츠
프랜 리보위츠 지음, 우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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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재미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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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핏 쇼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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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이 창조적인 예술가라면 탐정은 재미없는 비평가에 불과하다.


<브라운 신부>에 나왔던 말이다. 현실이라면 말도 안 되는 궤변이지만 탐정이 범인을 쫓는 소설에서는 이보다 더한 정론이 없다. 이런 소설들은 결국 '범인이 어떤 미로를 얼마나 매력적으로 만들어냈는가' 그 자체니까. 범인이 범행을 시작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 것도 시작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퍼핏쇼'도 워싱턴 포와 틸리의 이야기를 가장한 연쇄살인범 '이멀레이션 맨'의 이야기다.


이 사실에 주의를 집중하는게 쉽지 않은데 그건 주인공 워싱턴 포와 틸리가 너무나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천재 왓슨 역이라는 틸리의 캐릭터성은 독창적이며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사는 냉소적인 홈즈 역 형사 워싱턴 역은 전형적이지만 깊이가 있다. 순수한 틸리가 산전수전 다 겪은 워싱턴과 교감해가는 일명, '케미'까지 일어나니 이 콤비로부터 눈길을 돌리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멀레이션 맨에게 집중해 읽었다. 이멀레이션 맨은 굉장히 섬세하고 촘촘하게 자신의 연쇄살인을 구축해나간다. 사건 해결을 위해 뭐든 가리지 않는 워싱턴과 천재적인 두뇌로 그를 돕는 틸리의 화학작용을 몇 번이나 물거품으로 만들고 그들로 하여금 엉뚱한 미끼를 쫓게 만들 정도로 그는 자신의 과업에 공을 들였다. 


작가에게 골드대거상을 안길 정도로 섬세하고 복잡한 범죄행각이지만 결국 그 연쇄 살인을 관통하는 두 가지의 키워드는 이것이다. 


-왜 환상열석 인가

-왜 워싱턴 포를 끌어들였는가


왜 이멀레이션 맨은 불에 탄 피해자의 시신을 환상열석에 가져다 놓았는가.

왜 이멀레이션 맨은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노골적으로 정직 상태였던 워싱턴 포로 하여금 자신의 범죄를 수사하게끔 만들었는가.   


이멀레이션 맨의 최후에 이르러 나는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했다. 

이멀레이션 맨은 결국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정말로 죄가 없다.'

'나쁜 건 내가 죽인 놈들이야.'


'나는 살인지만 피해자다.'

'누군가는 나의 무고함을 이해해주었으면.'


이멀레이션 맨을 살인범으로 만든 트라우마는 그만큼 끔찍했으며 연쇄살인 말고는 그 어떤 선택지도 남겨놓지 않았기에 더더욱 처절하게 들렸다.

나는 보통 '이유 있는 악당'을 싫어하고 살인범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작태가 옳지 않다고 보지만 이멀레이션 맨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다만, 여지껏 스릴러 소설의 연쇄살인마들은 순전히 쾌락을 위해 사람을 죽이고 지적 유희를 위해 탐정을 갖고 놀고 싶어하는 자들이 대세였음을 고려해보면 다소 씁쓸하다.


M.W 크레이븐이 창조한 이멀레이션 맨은 그만큼 현실이 변했다는 걸 상징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약자들은 무슨 수를 써도 정의를 보장받을 수 없는 시대와 사회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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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역사학 선언 - 근대 동아시아에 나타난 역사적 전환들
강상규 지음 / 에피스테메(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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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알찬데 가독성이 그리 좋지는 않다. 마지막 대담 부분은 정말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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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선집 1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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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대 당신처럼 살지 않을 거야."


"너는 절대 나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


너무 잘 맞물리는 이 두 말은 언제나 어긋난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딜레마다. 비비언 고닉의 자전적 에세이는 누군가에게서 태어난 이상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이 숙명 같은 어려움을 담고 있기에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작가의 엄마는 유대인 이민자 출신이다. 남편 때문에 일도 관두고 여자에게는 사랑만이 유일하게 가치있는 것이라고 믿으며 딸을 키웠다. 그러나 적어도 딸이 보기에는, 엄마는 속으로 자신의 그런 삶을 절대로 가치 있다고 여기지 않았고 존중하지도 않았다. 


아빠가 죽은 후 작가에게 엄마는 유일한 가족이었다. 엄마와 보낸 순간순간을 모두 기억해 엄마의 인생 저장소로 자칭할 정도로 작가에게 엄마는 큰 존재였다. 흔히 자식이 부모의 분신이라 하지만 작가가 이 책에서 하는 말을 듣다보면 적어도 그녀에게는 부모가 자신의 분신이었다. 그녀의 기억이 자신의 기억이 되어버릴 정도로.


작가의 고통은 바로 그 분신이 자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딸이 소중히 간직한 엄마의 인생은 엄마에게는 부정하고 싶은 기억이었다. 엄마는 딸을 사랑했지만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지 않았고 그래서 딸에게 자신처럼 살지 말아야 한다고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끊임없이 타일렀다. 살림을 능숙하게 하면서도 작가에게 집안일은 조금도 가르치지 않았다. 작가의 엄마는 능숙한 요리사고 맹렬한 청소부며 악령들린 세탁부였는데 작가는 요리, 청소, 다림질을 엄마로부터 배워본 적이 없다. 딸을 대학에 보내며 자랑스러워하고 당당해했다. 


자신의 소중한 것을 부정 당했기에 작가는 이런 엄마가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엄마처럼 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엄마가 바라마지 않던 그대로. 그러나 자신을 무시한 자신의 분신을 쉽게 용서할 수 없었기에 엄마처럼 되지 말았어야 할 그 인생 여정은 미묘하게 분신이 원하던 바와 어긋났다. 대학을 나와 교사가 되지 않았고 외국인 화가와 결혼했으며 호모섹슈얼과 친구가 되었다. 


엄마는 작가에게 자신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고 했고 작가도 자신의 의지로 엄마처럼 살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 만들어진 것 같이 상호부합되는 상황 속에서 둘은 서로를 불만스러워하게 되었다. 사랑하고 끝없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도 기꺼이 용납하기는 힘들게 되었다. 작가가 말한 대로 '사나운 애착'이다. 


작가가 엄마와 함께 뉴욕 거리를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고 추억을 되살리며 서로 싸우다가 깨달은 것은 그 사나운 애착이 불러온 결과물이다. 작가는 엄마처럼 숨통을 콱 막히게 하는 말을 엄마를 상대로 내뱉고 경우가 다소 다르지만 엄마처럼 결혼생활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엄마처럼 '고통받는 여성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작가는 엄마로 뒤덮여 아무리 차별화하려고 하고 달라지려고 기를 써봐도 엄마처럼 되어버리고 말았다. 

사나운 애착, 평범한 말로는 '애증'이 불러온 결과다. 


작가가 담담히 늘어놓는 감정을 느끼며 내게 불현듯 든 생각은 '이보다 나아질 수 있기는 한 걸까'라는 것이었다. 작가가 아니라 우리가, 인류가, 보편적으로, 우주적으로 말이다. 부모와 자식이 이 애증의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건 나아진다 나빠진다가 없다. 본질이기 때문이다. 피를 이어받아 서로의 분신이 되어버린 자들은 사나운 애착을 품고 살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서로에게 조금 더 솔직할 수 있다면. 작가처럼 노령이 된 엄마와 있는 이야기 없는 이야기 다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을까. 

부모님에게 전화를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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