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 흡혈마전
김나경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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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그때를 떠올립니다.

우리는 이렇게 그때를 떠올립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날의 갑갑함을 느낍니다. 우리 말을 쓸 수 없고, 우리 글을 읽을 수 없는, 나라를 빼앗겨 일제 치하에서 그들이 원하는 만큼만 배우고 말하는 그때를 이렇게나마 느낍니다.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계월과 희덕이 이끌어나가는 이야기. 우리를 지키기 위한 이야기. 제가 초점을 맞춘 것은 이들이 살아가는 상황이었습니다. 고난 속에서 바느질할 공간을 마련해준 ‘계월’과 그 공간에서 수업이 발버둥치고 공부하며 스스로의 길을 찾아나간 사람들. 소설 속에 자연스레 녹아나는 그때 그 시절에 마음이 아립니다.

등장인물들 중 저는 누구일까요? 계월일까요, 희덕일까요? 희덕의 든든한 룸메이트, 독립운동까지 했던 단일까요? 아니면 언니 둘? 경성대학교를 다니며 독립운동을 하던 일균? 화란?

저는 아마도, 그때의 조선의 평범한 아녀자처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어떠한 자부심도 없이 그저 살아갈 사람일것입니다. 아, 어쩌면 일균의 아버지처럼 나라를 팔아먹었을까요. 아니면 그저 가난한 농민이 되어 어떠한 관심도 표출하지 못한 채 살아가기에 급급했을까요.

이 이야기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그 시대를 살아갑니다. 저는 희덕과 함께 경성여자보통학교를 거닐며 계월이라는 사감선생님을 만나고, 그녀의 비밀을 알아내고, 조선의 양립하는 부를 바라보고 일제의 치하에서 발버둥치고 함께 괴로워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당신도, 곧 이 시대에 발을 뻗게 될 것입니다. 이 속에 녹아있는, 유쾌함 속에 뻗어있는 그 당시의 칙칙한 어둠 속으로.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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