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유가 아닌 명령으로 가득 찼던 예수님 생애의 마지막 명령은 '모든 족속으로 제자 삼아라'였다. 누군가를 제자삼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제자가 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제자가 어떤 자인지 알아야 하고 자신이 그렇게 살지 않는 한 다른 이를 제자 삼는 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직접 제자 삼은 유일한 열두명 중 한 명은 그를 배신했고 한 명을 보태어 다시 열둘이 된 그들은 다른 이들을 제자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일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어야 함이 옳다. 하지만 책의 내용에 따르자면 사람들은 예수의 제자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 멀리 갈 필요없이 한국의 교회들만 보더라도 대다수가 제자이기보다는 교회회원들이다. 어쩌면 장로, 권사, 집사 등은 교회 VIP의 다른 말이 아닐까? 아르헨티나에서 사역하시는 후안 카를로스 목사님은 예수가 넘기고 떠난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책은 크게 세 가지의 변화를 촉구한다. 예수님은 한평생 말씀한 적 없으신 사람 기분 좋게 만드는 복음에서 귀를 떨쳐내 진짜 복음에 귀 기울이는 것, 각각의 교인들이 교회회원이 아닌 예수의 제자로서 사는 것, 교회체제의 바뀜. 시중에 많이 나와있는 '교회가 먼저 회개해야 한다' 식의 신앙서적들과 크게 다른 내용을 말하고 있진 않지만 그것이 흠이 될 이유는 없다. 복음이 하나이듯 그것을 촉구하는 입술도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함이 맞기 때문이다. 이 책이 1985년에 처음 나왔는데 아직까지 '교회가 먼저 회개해야한다' 말하는 책이 일년에도 수십권씩 나오고 있으니 교회와 교인들은 아직 회개하지 않은 것이다. 이 책은 이제껏 읽은 신앙서적들 중에서도 다분히 구체적이며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바들을 다루고 있다. 셀(cell)모임의 성격, 방향, 어떤식으로 이루어져야하나 등등은 배울바가 많다. 목사님이 사역하시는 교회의 체제도 매우 독특하다. 모든 교인들이 교파와 상관없이 다른 교회에서 예배드리기도 하며 정작 자신들의 교회건물은 빈민층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은 매우 경악할만한 일이였다. 그것이 정말 가능하단 말인가. 하지만 목사님은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예수님이 한평생 강조하셨던 '제자'란 일주일에 하루 교회건물안에만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라 세상속에서 예수님처럼 살아가는 자라고. 책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성경공부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실제로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