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천명관 지음 / 창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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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건 몸뚱이 하나밖에 없었다. 평생 그렇게 살았고 앞으로도그럴 터였다. 하지만 이제 앞으로 얼마나 더 굴러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뼈는 노동에 닳고 살은 술에 녹아났다. 그렇게 늙은 몸뚱이는 풍화에 점차 스러지는 중이었다. - P121

얘야, 잊지 마라. 사는 건 누구나 다 매한가지란다. 그러니 딱히 억울해할 일도 없고 유난떨 일도 없단다. - P182

할아버지는 고개만 끄덕일 뿐 더는 묻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 얘기를 꺼낼 때마다 역정을 냈지만 그때는 그저 담담한 표정이었다.
-뭐, 누군들 안 그랬겠느냐마는 니 애비도 고생 많이 했다. 사업한답시고 집까지 다 팔아먹고 알거지가 되었지만 어쩌겠니, 제푼수가 그것밖에 안되는걸. 그게 다 살아보려고 애쓰다 그런 거니달리 원망할 것도 없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은편 산자락엔 잎이 돋기 시작한 참나무 사이로 커다란 벚나무 한그루가 연지처럼 고운 빛깔을뽐내고 있었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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