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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적 그리던 아버지가 되어 - 죽음을 앞둔 서른다섯 살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하타노 히로시 지음, 한성례 옮김 / 애플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음을 앞에 둔 아버지로서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당연히 어린 아들입니다.
아버지로서 가르칠 것이 한도 끝도 없이 많은데 이 세상을 등져야 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학교에서는 공부와 단체생활, 그와 함께 세상의 부당함 같은 것도 배우겠지만,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아들에게 자신이 직접 알려주고 싶어서 글을 썼습니다.
그 절절한 아버지의 마음을 남김없이 써 놓은 글입니다.
이 글을 읽고 ‘암에 걸려 남은 생이 3년이라는 선고를 받자마자 아들을 가장 먼저 생각했을 그 마음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하타노 씨는 암 선고를 받고 아들에게 남기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돈 따위가 아닌 ‘말’임을 깨달았습니다. ‘아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남기고 싶었습다. 아들이 성장하고 살아가는 데 지도나 나침반 같은 것을 말합니다. 고민하고 있을 때 내가 아버지라면 어떻게 해결했을까? 라고 되돌아볼 수 있는 말을 남겼습니다.
부모라면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끝이 없습니다. 하타노 씨는 이 책에서 ‘온화함과 상냥함에 대해 내가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 ‘고독과 친구에 대해 아들이 배웠으면 하는 것.’, ‘꿈과 돈에 대해 아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 ‘삶과 죽음에 대해 언젠가 아들과 얘기하고 싶은 것.’이라는 4개의 장으로 나누어 자신의 생각을 전했습니다.
그 중에도 ‘온화함과 상냥함’은 하타노 씨에게는 제1장의 첫 주제로 삼을 만큼 중요하게 여겼던 듯합니다. 온화하고 상냥한 사람을 좋아해서 그런 사람과 결혼했다는 하타노 씨는 아들에게도 ‘優(상냥하다는 뜻)’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그 이름에는 아들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고, 그와 동시에 “저희는 상냥한 사람이 되겠습니다.”라는 하타노 씨 부부의 부모가 되기 위한 맹세이기도 했습니다. 남이 상냥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면 먼저 자신이 상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썼습니다. 당연한 말 같지만 듣고 보면 놀라운 말입니다. 이런 하타노 씨의 온화하고 상냥한 시점과 시선이 이 책에 가득 넘칩니다.
상냥함의 기준이 ‘말하는 사람 자신의 시선’에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암환자로서의 본심을 파헤친 점도 놀라웠습니다. 몹시 힘든 상황에 빠져있을 때 주변에서 건네는 어설픈 위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빠져들어 한 권을 단숨에 읽었습니다. 물이 흘러들듯이 책의 내용이 가슴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훌륭한 사진가들은 말을 전달하는 힘이 뛰어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잔잔한 강물의 흐름에 타고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흘러가게 해주는 책입니다.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어른들까지 누구나 다 읽기를 바랍니다. 특히 감성이 풍부한 청소년들 읽으면 금상첨화입니다.
짧은 생이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았고, 죽음이 닥쳤을 때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저자의 자세가 마음을 울립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부모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