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키워드 - 미래를 여는 34가지 질문
김대식 지음 / 김영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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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어떤 곳일까? 그리고 여기 발 딛고 서 있는 나는 어떤 존재일까?

- 34개 키워드로 펼쳐보는, '배운 자'의 아무말(?) 대잔치 -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저자 김대식은 꾸준히 인간의 뇌를 연구해 온 뇌과학자이다. 그만큼 인간 그리고 인간의 조건(conditio humana)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온 그가 이번에 펴낸 <김대식의 키워드>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우리가 사는 세상과 그 미래를 진지하게 성찰한 유의미한 도서이다. 특히 지난 1년간 우리로서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격변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우리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온 단어들, 한번 더 곱씹어야 할 단어들을 키워드로 내세움으로써 앞으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고자 한 흔적이 엿보인다.


인문 도서를 즐겨 읽는 나에게는,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정보들이 TMI 같으면서도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가령 내가 좋아하는(^^) 알코올의 어원이 '고대 아라비아 여성들이 속눈썹 화장에 사용하던 콜 가루(p13)'에 있다는 것, 요즘 SNS에서 유행하는 짤이나 영상을 일컫는 '밈(meme)'이라는 단어는 리처드 도킨스가 이야기한 '끈질기고 전파력이 강한 생각의 바이러스(p39)'가 그 유래라는 것, 요즘 필수인 '파이선'이 영국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선'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는 사실 등등. 또한 여러 학자들이 했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의 이야기에 탄탄함을 더하는 저자 덕분에, 두 배로 똑똑해지는 기분.


태초부터 인간은 외로움이라는 동굴에서 빠져나오고자 했다. 그렇게 시작된 인류의 진보와 문명의 발전. 그 결집체인 사이버 세상에서 우리는 타인과의 소통을 그만두고 내가 원하는 정보만 선택 소비할 수 있다. 기계가 찍어내는 수많은 거짓들이 우리를 집어삼킬 수도 있다. 외로움에서 탈피하려고 만든 세상에서 다시 외로워지고 불행해지는 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새로운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지, 이 책에서 해답을 찾아 보시라.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왜 사람들이 서로를 증오하고 차별하게 되는지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직면한 재앙에 대한 '원인'을 찾고자 한다. 예측 불가능한 세상에서, 나의 불행이 특정한 원인 때문에 발생했다는 걸 인지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왠지 모를 안심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팬데믹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에 대해서도 인간은 원인 찾기에 골몰한다. 이러한 '원인에 대한 인류의 집착(p24)'은 인간이 인간을 악마로 매도하고 죽이는 데 정당성을 부여한다. 전쟁과 역병으로 신음한 중세, 정착할 곳 없이 떠도는 유대인들이 이 모든 재난의 원인이라며 증오한 이들. 이번 팬데믹이 중국에서 시작되었으니 그 원인인 중국인을 경멸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이들. 이렇게 '자신의 불행을 타인에게 아웃소싱(p26)'하여 위로를 받으려는 인간의 이기심, 그 얼마나 쉬운 일인가.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어 준 우리의 뇌 그리고 이성에 대한 재조명이야말로 우리를 진정 불행에서 해방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 


또 하나 흥미로웠던 것은, 그동안 우리가 갈망하던 '세계화'가 얼마나 서양 중심적인지에 대한 작가의 통렬한 지적이었다. 고대의 세계화는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으며 서로 이익을 얻는 윈윈 체제였다. 그러나 산업 혁명과 시민 혁명 등으로 너무나 강해져 버린 서양이 주도한 세계화가 공정하고 평등할 리 없었다. 세계화가 서양의 이데올로기를 유일한 진실로 삼는 '서양화'의 다른 이름이 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심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경쟁 또한 천하재계를 꿈꾸는 '자기만의' 세계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나에게 깊이 다가왔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것이 당연해진 현실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가져볼 수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라는 존재는 실재하는 것일까? 나의 자아는 그저 내가 이 세상을 인식할 수 있다는 느낌에 그치는 것이 아닐까? 또한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어떤 곳인가? 기존의 질서가 뒤집힌 인류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러한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보았다면, 이 책을 한번쯤 펼쳐보시길. 목차가 키워드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다. 본인이 이끌리는 키워드를 찾아 읽고, 저자와 함께 울고 웃으며 더 나은 세상을 고민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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