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리커버 개정판) - 국내 최초 수메르어·악카드어 원전 통합 번역
김산해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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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문장을 반복하는 식의 서술이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글들이 다소 산만한 느낌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오히려 근현대에 자주 보이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여진 난해한 글들보다는 훨씬 간결하고 내용 전달이 잘 되었다. 무려 4000년 전에 쓰여진 서사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비문학이야 당연히 읽기 쉽게 쓰여진 글이 제일이고, 나는 문학 역시 읽기 쉬운 문체를 선호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길가메쉬의 조상 우트나피쉬팀(아트라하시스)의 ‘대홍수와 방주 이야기‘였다. 이 책을 읽을 당시에는 ‘아, 그리스 신화와 히브리 신화에 나오는 방주 이야기는 여기서 모티프를 가져왔구나‘ 싶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대홍수 신화는 동서양을 포함한 세계 각지에 (심지어 아메리카 신화에서까지) 전해져 왔다고 한다. 그럼 메소포타미아 신화, 혹은 그 원전이 되는 신화가 동양, 서양, 신대륙으로까지 퍼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별 접점도 없었던 문명들이 어떻게 ‘신이 대홍수를 일으켜 인간들을 쓸어버린다는 공통점을 가진 대홍수 신화‘를 공유하고 있는 것일까?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에 길가메쉬는 불로초를 찾아내지만, 불로초를 뽑자마자 뱀이 훔쳐 먹어버리고, 결국 죽음을 맞으며 서사시가 끝이 난다. 이는 영원한 삶과 뱀을 다룬다는 점에서 성경 창세기의 선악과 이야기와 흡사하다. 또, 길가메쉬를 유혹하는 여신 인안나(이슈타르)는 성경에서 아스타롯이라는 이름으로 이교도의 여신으로서 등장하기도 하며, 악마학에서는 악마로 취급받기도 한다. ‘불로초와 뱀의 이야기‘, ‘여신 이슈타르‘, 그리고 위의 ‘대홍수와 방주 이야기‘, 이 세 가지 요소는 히브리 신화와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접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히브리 신화가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았으리라 추측한다.

중간중간에 메소포타미아의 신들에 대한 설명과 당시 유물의 사진 등이 첨부되어 있어서 메소포타미아 신화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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