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로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7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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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쓰여진게 1907년인가 그렇다

읽으면서 정말 누구에게든 이 소설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이나, 이 소설이 쓰여졌을 당시의 일본의 상황 혹은 그 시대 사람들의 전반적인 경향등을 배우고 읽었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

인터넷에는 다른 대표작들에 대한 얘긴 많아도 이 <산시로>에 대한 이야기는 잘 없는거같더라고.

이야기의 흐름이나 명문장이나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들이나 다 정말 분명하고 너무 좋은데 이 모든 것들이 더해져서 보내고 있는 그 메세지를 잘 간파하지 못하겠다. 간파해보려 두번을 읽었는데 모르겠는건 모르겠는거고..

뒤에 작품해설을 소설가 김연수가 썼던데.. 생각보다 길어서 다는 읽지 못했다

아무래도 김연수는 소설가이다보니 소설의 구조로서 작품을 보고 있어서 사실 이해를 완벽하게 돕고 있진 않는것 같다

정말 일본이 우리나라랑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 얽혀있는게 정말 한스러울만큼 쿨하고 멋진 작가들이 엄청 많다. 그리고 그런 작가들은 그들이 쏟아내는 문장의 개성이 큰만큼 국가의 뒤에 숨거나 비겁하게 굴지 않는다. 자기의 나라에 대해서도 객관적이고 비판적이다. 근데 나라의 대표들은 왜저러지? 우리나라도 뭐 남얘기할건 아니지만..

나쓰메소세키나 미우라아야코, 사노요코와 후지와라 신야 등을 생각하면, 일본 이미지가 저런게 이해가 안돼.

작가들 얼마나 멀쩡한데..

 

p.33~34

"아무리 러일전쟁에서 이겨 일등국가가 되었다고 해도 틀려먹은거지.........도쿄가 처음이라면 후지산을 본 적이 없겠군......그게 일본 제일의 명물이니까. 그것 외에 자랑할 만한 것은 하나도 없지. 그런데 그 후지산은 옛날부터 있던 쳔언의 자연이라 어쩔 수 없는거지. 우리가 만든 게 아니니까."

(중략)

"하지만 일본도 앞으로 점점 발전해 나가겠지요."

.

.

"망하겠지."

구마모토에서는 이런 말을 입에 담으면 당장 몰매를 맞는다. 잘못하면 국적취급을 당한다. 산시로는 머릿속 어디에도 그런 사상을 집어 넣을 여유가 없는 분위기에서 자랐다.

(중략)

"일본보다 머릿속이 넓겠지." 사내가 말을 이었다. "얽매이면 안되네. 아무리 일본을 위한다고 해도 지나친 편애는 도리어 손해를 끼칠 뿐이니까."

이 말을 들었을 때 산시로는 정말 구마모토를 떠났다는 걸 실감했다. 동시에 구마모토에 있었을 때의 자신은 굉장히 비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p.94

"자연을 번역하면 모두 인간이 되어버리니까 재미있지. 숭고하다든가 위대하다든가 웅장하다든가 말이야."

p.104

산시로는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라기 보다 오히려 사색에 잠겨 거닐기 좋아하는 사람이라 비교적 책을 읽지 않는다. 그 대신 헤아려볼 만한 정경을 만나면 몇번이고 머릿속에서 새로이 기뻐한다.

 

p.107~108

산시로는 멀리서 이 세계를 바라보며 신기하게 생각한다. 자신이 이 세계 어딘가로 들어가지 않으면 그 세계 어딘가에 결함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자신은 이 세계 어딘가의 주인공이어야 할 자격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도 원만한 발달을 간절히 바라야 할 이 세꼐가 오히려 자신을 속박하여 자유롭게 출입해야 할 통로를 막고 있다. 산시로는 그것이 이상했다.

....요컨대 고향에서 어머니를 모셔오고 아름다운 아내를 맞이하고 몸을 학문에 맡기는 것보다 나은 건 없다는 것이다.

(중략)

...아름다운 여성은 많다. 아름다운 여성을 번역하면 여러가지가 된다.....적어도 인격상의 말로 번역할 수 있는 한 그 번역에서 생기는 감화의 범위를 넓혀 자신의 개성을 완전하게 하기 위해 아름다운 여성을 가능한 한 많이 접촉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내 한 사람을 알고 만족하는 것은 자신의 발전을 기꺼이 불완전하게 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p.155

미네코는 산시로를 봤다. 산시로는 일어서려다가 다시 풀밭에 앉았다. 그 때 산시로는 어쩐지 이 여자에게는 도저히 당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자신의 속마음을 간파당했다는 자각에 따르는 일종의 어렴풋한 굴욕을 느꼈다.

(중략)

산시로는 이런 경우 대답을 잘 못한다. 순간의 기회가 지나가고 머리가 냉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을 때 과거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하면 좋았을걸, 그렇게 했으면 좋았을 걸, 하고 후회한다. 나는 늘 이런다.

p.165

하지만 다음 순간 뭘 읽었는지 생각해보니 아무것도 없다. 이상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다. 그저 실컷 그리고 열심히 읽었다는 기분만 든다. 산시로는 요지로의 솜씨에 감탄했다.

p.178

...새로운 서양의 압박은 사회상에서도 문예상에서도 우리들 신시대의 청년에게는 낡은 일본의 압박과 마찬가지로 고통이다.

(중략)

우리는 서양의 문예에 얽매이기 위해 이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다. 얽매인 마음에서 해탈하기 위해 이를 연구하는 것이다.......문예는 기술도 아니고 시무도 아니다. 인생의 근본 의의에 크게 맞닿아 있는 사회의 원동력이다.

(중략)

사회는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회의 산물인 문예 역시 움직이고 있다. 움직이는 기세를 타고 우리의 이상대로 문예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영세한 개인을 단결시켜 자신의 운명을 충실히 하고 발전하게 하고 팽창시켜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중간부터 많이 언급되는 문장이 데 테 파불라 de te fabula "너에 대한 이야기(남의 일이 아니다)" 라는 라틴어이다. 남일이 아니야, 니 일이야. 라는 뜻의 이 말이 마음에 꽂혀서 '이건 남의 일이 아니야 내 일이야' 싶을 때마다 저 말을 되뇌이곤 했다. 데 테 파불라 데 테 파불라...

p.192

학문을 하는 사람이 번잡한 속세를 피해 되도록 단순한 생활을 견디는 것은 모두 연구를 위한 일이니 어쩔 수 없다. 노노미야처럼 외국에까지 알려질 정도의 일을 하는 사람이 평범한 학생과 마찬가지로 하숙집에 들어간 것도 필경 그가 훌륭해서이니 하숙집이 누추할수록 존경하지 않으면 안된다... 노노미야에 대한 미네코의 찬사는 대충 이런 것이었다.

p.199

" 어머님의 말씀은 되도록 들어드리는 게 좋네. 요즘 청년들은 우리의 시대의 청년과 달리 자의식이 너무 강해서 탈이야. 우리가 학생일 때는 무슨 일을 하든 남을 떠난 적이 없었네. 모든 것이 천황이라든가 부모라든가 국가라든가 사회라든가 다 타인 본위였지. 그걸 한마디로 말하면 교육을 받은 자가 모두 위선자였다는 거야. 사회가 변화하면서 결국 그 위선을 끝까지 부리지 못하게 된 결과 차차 사상이나 행위에 자기 본위를 수입하게 되니까 이번에는 자의식이 너무 발달해버린 거지. 옛날의 위선자 대신 지금은 노악가(露惡家)만 있는 상태가 되었네."

p.200

산시로는 내심 감탄했지만 이야기가 빗나가 엉뚱한 곳으로 구부러지고, 구부러지는대로 굵어져갔으므로 살짝 놀라고 있었다. 그러자 히로타 선생도 겨우 알아챈 모양이다.

p.201

"자네, 설날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을 듣고 실제로 그런 기분이 들던가?"

..

"들지 않을거네. 그것과 마찬가지로 배꼽을 잡고 웃었다느니 뒤집어질정도로 웃었다느니 하는 놈들 중에 실제로 웃엇던 놈은 하나도 없어. 친절도 그런거네. ...."

 

근데 새해 복 많이 받으란 말 말고 마땅한 인사가 없잖아요?

(우에노의 세이요켄이라는 장소가 나오는데 이 곳은 도쿄 우에노 공원 내에 있는 서양요릿집으로 1876년에 생겨 지금까지도 운영되고 있다고..한다. 이런거 좀 부럽다. 우리는 대한제국망하고 전쟁까지 치르면서 100년이상 이어온 식당도 없거니와 건물들이 대부분 새로 생긴것들이라.. 몇백년동안 부가 흘러온 일본인의 이야기를 접하면 좀 신기하다. 놀랍고)

p.251

"...나한테 여윳돈이 있다고 하세. 그렇다면 그 돈을 자네한테 돌려받는것보다 그냥 빌려준 채 있는 것이 기분 좋겠지. 사람은 말이네, 자신이 곤란하지 않은 선에서 되도록 남한테 친절을 베풀고 싶은 법이거든."

 

*피에르 로티(Pierre Loti, 1850~1923). 프랑스의 소설가. 1885년 일본에 들른 견문을 바탕으로『국화부인』,『 가을의 일본』을 씀

p.283

산시로가 미네코를 알고 난 이래 그녀는 일찍이 긴 말을 한 적이 없다. 대개의 경우 한두마디로 끝냈다. 게다가 아주 간단한 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산시로의 귀에는 일종의 깊은 울림을 준다. 다른 사람으로부터는 거의 들을 수 없는 빛깔이 나온다. 산시로는 그것에 탄복했다. 그것이 신기했다.

p.284

"당신을 만나러 온 겁니다."

p.285

"그냥 당신을 만나러 온 겁니다."

요 부분들 연애소설 같고요.

 

 

연애소설같은 장치들이 있긴 하지만 연애소설이라고 하기엔 좀 웅장(?)하고,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에도 좀 웅장한 느낌이 없지 않고, 이런거 시대소설이라 해야할까 시절소설이라 해야할까. 1900년대가 일본에겐 어떤 시즌이었을까 궁금했다. 대외적으로는 계속 전쟁을 하고 있거나 전쟁을 준비했을텐데 막상 대내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일본의 모습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을지.

어떤 모습이었다고 해도 지금 일본의 국제적인 위치는 참부러운 수준이긴 하지만.

일본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으면 그 나라의 이미지가 떠오르는건 어쩔 수 없는거임

기욤뮈소 작품을 읽으면서 프랑스를 떠올린다던지, 알랭 드 보통을 읽으며 스위스를 떠올리지 않는다

그냥 그들의 작품을 읽는거지.

근데 일본작가의 작품들은 유독 나라와 연관짓게 된다

산시로..

다 읽고 나서 몇분정도 멍하게 있었다

연애소설을 읽은것 같기도 하고

산시로라는 인물의 성장사 같기도 하고

단순히 그렇게 읽고 아 그랬구나 하기엔 이 책의 분량이 350페이지가 넘는다.

이 여운과 함께 제목을 기억하며

일본의 근현대 문학을 배울 기회를 기다리고 찾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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