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괴수전
이지월 지음 / 민음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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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논리적인 언변.. 반항적인 눈초리.. 남성적인 몸짓으로 전교생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학생회장이 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아이들의 요구와 자신의 공약을 적절하게 학칙에 적용을 하겠다고 주장했고..  절차와 과정의 문제를 우리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좋은 쪽으로 변화가 됐다고 반 임원들에게 전해 들었고.. 우리가 뭔가를 이룩한 듯.. 뿌듯해 했었다.. 그런데.. 하루는 그 학생회장이 학교 선도부에 끌려가.. 선도부 선생님께.. 심한 구타를 당했고.. 뺨까지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흘렀고..  그리고 며칠 뒤.. 아침 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반 회장이 이런 부당함은 우리 손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그런 선생님은 교단에 서면 안 된다는고..  우리 모두 운동장으로 뛰쳐 나가 그 선생님을 공개적으로 심판하자고.. 했다.. 우리들은 가슴에 뜨거운 뭔가가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모두 손에 손을 잡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우리가 수업을 거부하고 운동장에 모여 있으니.. 여러 선생니들이 번갈아 교실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우리는 선도부 선생님을 부르며 기다렸다..  그리고 그 분은 우리들 가운데로 나오셔서 나에게 할 말이 무어냐고 물으셨다..

적의에 찬 학생들의 중심에 선 선생님.. 그 분은 당당하셨다..  아이들 가운데 몇 명이 일어나 선생님의 구타를 이야기하며 스승의 자격이 없음을 토로하였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그때.. 내 적의에 찬 눈빛을 한 동안 가만히.. 바라보시던 선생님의 눈빛을.. 난 지금도 기억한다..  그리고 선생님은 한동안 하늘을 올려다 보시더니.. 알았다.. 내가 잘못했으니 그만 들어가자라고 하셨다..

우리는 우리의 승리에 환호하며 기쁜 마음으로 교실로 돌아갔다..

우리는 불의에 항거하여 승리를 얻어낸 제자를 자랑스러워 할거라고 생각했던.. 몇몇 존경하는 선생님들의 태도에서 뭔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선생님께서는 수업시간에 들어 오셔서..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시더니만.. 너희를 용서하기가 참 어렵다.. 내가 너무 부끄럽다.. 너희는 너희가 한 일의 원인과 결과를 아느냐며.. 눈시울을 붉히셨다..

우리는 뭔가 잘못된 걸 느꼈다.. 그리고.. 학생회장이 선생님께 맞은 것은.. 학생회장이 대학생들의 불온 모입에 가입을 해.. 집회에 참여를 했고.. 형사가 학교로 찾아와.. 한번만 더 그런 일이 있을시.. 학생을 퇴학시켜줄 것을 요구했고.. 선생님께서.. 회장을 불러 니 인생을 위해..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며 달래는 와중에.. 회장이 반항적으로 선생님께 대들어 선생님이 뺨을 때리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일이 과장되고 와전되어.. 우리가 선생님을 매도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뒤로 계속 전해진.. 단편적인 소식들.. 우리의 잘못된 판단을 부끄럽게 여길만한.. 소식들이 자꾸 전해 지면서..  우리는 점점 작아지고.. 의기소침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침 조회시간.. 선도부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미안해 할거 없다.. 자꾸 너희가 한두사람씩 찾아와 그런 얘기하는거.. 안 했으면 좋겠다고.. 나도 잘한게 없다고..

많은 아이들이 눈물을 흘렸다.. 선생님께 죄송하고.. 우리가 부끄러워서..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부패와 비리를 덮기 위해.. 끊임없이 행해지는 부당한 행위들.. 폭력들..

그리고 그러한 폭력과 권력 앞에 무릎 꿇는 사람들..  저항하는 사람들..

인간이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두려움과.. 정의로움을.. 잔인하지만.. 객관적이고.. 유머러스한 언어로 재미있게 풀어낸다..

무거운 소재를 전해들은 옛날 이야기를 다시 전달해 주듯 말하는 문체도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그런데 지나치게 비아냥거리는 태도를 가지고 이야기를 전달해 주기 때문에.. 반항적인 아이가 건들거리며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책이다.. 재미도 있고.. 생각해 볼 거리도 있고..  좋은 책이었다..

다만.. 이 책의 비전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좀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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