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조금 사라지니 미세먼지가 달려오네. 마스크는 당분간 계속 써야겠구나 ㅎ

장강명 책이 계속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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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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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한 편의 시다. 구름에서 떨어져 내리는 가벼운 백색. (p.8)


막상스 페르민의 색채 3부작 첫 번째 <눈>을 읽었다. 눈이라는 제목처럼 눈이 많이 내린 겨울에 읽게 되었다. 표지도 예쁘고 눈이란 제목도 좋고 번역한 사람도 시인이라 시 같은 소설을 기대했다. 주인공인 유코는 열일곱 소년으로 시인이 되려고 한다. 생일날 아침 아버지께 시인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음, 시인이 되겠다는 아들에게 그래 너는 시인이 되거라 하는 부모가 있을까.


"시는 직업이 아니야. 시간을 흘려보내는 거지. 한 편의 시는 한 편의 흘러가는 물이다. 이 강물처럼 말이야."

유코는 고요하게 흘러 사라지는 강을 깊이 바라보았다. 그러다 아버지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것이 제가 하고 싶은 겁니다. 시간의 흐름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p.11)


이런 범상치 않은 말을 하는 아들. 시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진짜 그 뒤로 유코는 시인이 되었다. 아주 짧은 이 소설은 유코가 묘사한 눈처럼 아름답고 맑다. 10대 소년의 눈에 비친 세상은 눈처럼 맑고 아름답게 보인 것일까. 시인이 된 유코는 유명해졌다.


유코를 구원한 것은 이미지였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이미지. 그것 역시 현실 저편에서 온 눈부신 것이었다. 그의 평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숭고한 이미지가 밤에 나타나 그를 살렸다. (p.42)


눈이 가득한 겨울에 읽어서 그런지 눈에 대한 시를 찾아 읽고 싶어졌다. 백석의 시와는 너무도 차원이 다른 유코의 시. 더 좋은 시를 쓰기 위해 스승을 찾는다. 유코가 만난 스승 다름 아닌 소세키. 잘 모르겠지만 일본의 유명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를 빌려온 것 같다. 그런데 스승은 눈이 먼 사람이었다. 눈이 먼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색으로 표현할까. 마음에 보이는 게 진짜라고 말하는 스승의 사랑에 대해 유코는 듣게 된다.


스승을 찾아오는 길에 만난 눈 속의 시체. 그녀가 바로 스승의 사랑이었던 것. 그 부분에서 뭔가 심상치 않더니 소세키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사람이었다. 곡예사였던 아내 네에주. 유코의 안내를 받아 그녀가 죽은 곳에 도착한다. 그리고 운명처럼 스승의 딸과 결혼을 하는 유코. 아름다운 로맨스다. 눈이라 쓰인 시였다. 원문으로 읽으면 어땠을까. 잠깐 궁금하지만 프랑스어를 모르고 번역으로도 아름다우니까.


"시인은, 진정한 시인은 줄타기 곡예사의 예술을 지니고 있네. 시를 쓴다는 건 아름다움의 줄을 한 단어 한 단어 걸어가는 것일세. 시의 줄ㅇ느 한 작품의 줄은, 한 이야기의 줄은 비단 종이 위에 누워 있지. 시를 쓴다는 건 한 걸음씩, 한 페이지씩, 책의 길을 걸어가는 일일세. 가장 어려운 건 지상 위에 떠서, 언어의 줄 위에서, 필봉의 도움을 받으며 균형을 잡는 일이 아닐세. 가장 어려운 건 쉼표에서의 추락이나 마침표에서의 장애와 같이 순간적인 현기증을 주는 것으로 중단되곤 하는 외길을 걷는 일이 아닐세. 시인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시쓰기라는 줄 위에 계속 머물러 있는 일일세. 삶의 매순간 꿈의 높이에서 사는 일, 상상의 줄에서 한순간도 내려오지 않는 일일세. 그런 언어의 곡예사가 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일세."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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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극성이다. 나날이 심각해지는구나. ㅠ.ㅠ 읽고 싶은 책들은 넘치는구나

표지도 잼나고 독특하군. 김초엽의 에세이는 표지가 달라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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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황시운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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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운이란 작가의 이름을 처음 알았다. 검색해 보니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컴백홈>이란 같은 제목으로 책도 있다. 다음에 읽어봐야지 하면서 작가의 이름이 예뻐서 산문집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란 책의 표지도 예뻐서 선뜻 집었다. 첫사랑 같은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들려줄까, 살짝 기대했다. 그런데 너무 힘든 이야기였다. 힘들어서 읽으면서 드라마나 다큐의 한 장면이 함께 생각났다. 장애를 지닌 사람에 대해 역경을 이겨냈다고 떠들어대던 뻔한 한 장면까지.


지금껏 살면서 나는 수술이라고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주변에는 아픈 사람이 있었다. 엄마도 20여 년 전에 암 수술을 했고 아빠도 크게 다쳤었다. 지금은 두 분 다 건강하다. 할머니도 돌아가시기 전까지 오랜 시간 집에서 엄마가 돌봐드렸다. 엄마가 고생을 많이 하셨다. 황시운의 책을 읽으면서 그때 기억이 생각났다. 그래도 작가가 당한 사고처럼 끔찍한 건 아니었는데.


만약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작가처럼 다시 살아갈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재활이 얼마나 힘든지 알지 못하고 부끄럽지만 크게 관심을 갖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장애인의 생활이나 휠체어를 타고 살아가는 것도.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미안하면서도 <사랑의 가족>이란 프로그램보다 더 구체적으로 장애의 아픔이나 고통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라고 느꼈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그분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가장 위험하고 도움을 요청하는지. 이 책이 장애인, 특히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분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 같다.


저자를 돌보는 엄마가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엄마란 참을 대단한 존재구나 느낀다. 그리고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높은 장벽을 쌓고 있다고 생각했다. 장애인 지하철 시위에 대해 뉴스를 통해 접할 때도 내가 이용하는 지하철 구간이 아니라서 그냥 지나쳤다. 기사를 다시 검색해 읽어봐야겠다.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 텐데. 알려고 하지도 않았구나.


손끝에 가시 하나만 박혀도 발가락을 부딪혀 멍만 들어도 아파서 끙끙대는데 하반신 마비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1~10까지의 통증 크기에 항상 9~10의 통증을 달고 사는 게 어떤 걸까. 나는 진짜 상상할 수 없다. 수술과 재활, 그리고 재택근무도. 대단하고 대단하게 보인다. 그러나 저자에게는 생존의 문제이자 간절한 일이다.


내게 소설은 생존의 다름이었다. 살아남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글쓰기뿐이어서, 그것마저 하지 않는다면 내 존재를 나 자신에게조차 설명할 길이 없어서 소설을 썼다. 아니, 쓸 수 밖에 없었다. (p.165)


책을 다 읽고 나니 진짜 나는 모르는 이야기였다. 저자가 장애를 가지고 살아오면서 느꼈을 외로움과 고통과 분노와 속상함을 조금 알게 되었다. 앞으로 주변에서 마주하는 장애인과 휠체어를 타는 사람을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봐야겠다.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순간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겠다. 저자의 엄마의 꿈처럼 걷고 뛰는 일은 불가능하겠지만 지금처럼 친구를 만나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맥주를 마시기를 바란다. 휠체어를 힘들게 했던 턱이 점점 낮아져서 아예 없어질 수 있다면.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그은 문장이 무척 많았다. 흉터, 상처, 턱, 고통, 통증 같은 단어가 한동안 생각날 것 같다. 무엇이든 잊지 않는 일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도 오래 기억하고 싶다.


흉터로 남은 상처는 더이상 아프지 않다. 다만 상처를 기억하는 매개가 되어줄 뿐이다. 나는 내가 그날의 나를 잊지 않은 덕에 조금이나마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무엇이든 잊지 않는 일은, 그래서 내게 무척 중요하다.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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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가 추석이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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