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문학과지성 시인선 542
허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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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오십미터의 반경을 유지하던 시인이 이제는 기어코 그 안으로 들어가 지옥과 죽음을 들여다 본다. 다만 탐닉하지 않는다. 오십미터가 오미터 정도로 변했을까? 그 차이다. 죽음을 들여다 보는 그 거리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으나 나오지 않는다. 이미 시인의 삶은 죽음과 함께다. 원래 삶은 죽음과 함께다. 분리되지 않는다. 자기 안에서도 죽음이 있고 자기 밖에도 죽음이 있다. 이 당연한 진리는 시인의 언어를 다소 거칠고 단순하게 만들었다. 앞서의 시집에서 보여줬던 정교하고 미려하게 다듬어진 언어 보다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이 시집은 시인의 변모이자 교차이자 중심이다. 원래 가지고 있던 성정과 성향과 자세와 스타일에 '가속도'를 더했다. 그러니 힘이 있다. 힘이 있다니?

F = M*A

허연의 힘은 그가 30년 쌓아 올린 세월과 보여준 시집의 질량, 그리고 이번 시집에 실으려 했던 가속도에서 나온다. 오십미터가 오미터가 되는 그 속도, 죽음에 보다 가까워진 그 방향성,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는 시인의 자세는 시어에 속도를 부여했다.

말이 안 되는가? 시집을 한 번 읽어 보시라. 어떤 시집보다 빠르게 읽히며 빠르게 이해가 된다. 머무르나 뛰어 넘는다. 어딘가로 종주한다. 주자로 뛰지 심판하지 않는다. 그래서 잔잔하지 않다.

시인은 이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속도'가 문제라는 것을. 그렇지만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중심'이 있기 때문이다.

이 시집이 시간의 상대성을 뛰어 넘어 절대성의 영역에서 읽혀지길. 독자로서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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