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위안 - 어느 날 찾아온 슬픔을 가만히 응시하게 되기까지
론 마라스코.브라이언 셔프 지음, 김명숙 옮김 / 현암사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타인에게 섣불리 '슬프다'고 말하지 못한다.  

힘들어도 억지 웃음을 짓고 아파도 꼿꼿이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우리는 슬픔을 쫓아내는 데 급급했다.

고작해야 어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소감으로써

'슬펐다'라는 말 정도를 하는 것이 허락될 뿐이다.

동시에 그 슬픔을 이겨내기 위한 의지를 보임으로써

방금 전 느낀 슬픔을 재빨리 덮어버려야 한다.

 

'슬픔'이라는 단어는 금기어와 같다.

 

'슬픔의 위안'은 우리 모두가 가진 슬픔을 다루는 방법을 다룬다.

동시에 그동안 금기시됐던 단어 '슬픔'의 족쇄를 풀어주기도 한다.

 

별다른 생각 없이 손에 잡히는 엽서를 이 책의 책갈피로 사용했다.

다 읽고 난 뒤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더니,

책이 전하는 메시지와 딱 맞아떨어졌다.

 

 

 

사진의 제목은 '내 친구'.

코끼리와 어린아이가 나란히 앉아 있다.

그리고 아이는 코끼리 등에 손을 얹고 폭 안겨 있다.

 

둘은 말이 통하지도 않을 뿐더러

덩치에서도 절대적으로 차이가 난다.

 

그런데 둘의 뒷모습에서는 긴장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편안하다.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보듬는 느낌이다.

 

 

 

 

책 서문에도 나와 있지만 너무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는 없다.

한 챕터씩 하루에 10분 생각날 때 읽으면 된다.

또한 슬픔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 깊이 다가왔다.

우리는 슬픔을 이겨내려만 했지

가만히 바라보고 이해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슬픔을 이해하는 방법을 찾는 데에

이 책은 꽤나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내 경우를 되돌아 본다.

나는 기분이 완전히 바닥인 경우에는

어떠한 자극-약간의 소리조차-도받아들이지 못한다.

무거운 돌덩이처럼 느껴질 만큼도에너지가 바닥난 것이다.

이럴 때 나는 한없이 잠만 잔다. 하루종일 깨지 않았던 적도 있다.

 

그나마 조금 기운이 생기면 음악을 듣는다.

자극적이거나 비트가 빠른 것 대신 녹턴 류의 잔잔한 연주음을 듣는다.

 

조금 더 힘이 생기면 글을 쓴다.

낙서든 에세이든 내 기분을 풀어적다 보면

마음이 조금 차분해지고 힘이 생긴다.

 

그 다음 조금 더 기운이 생기면 책을 읽을 수 있게 된다.

글을 쓰는 것보다 더 높은 단계인 것은

독서는 예상치 못한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낯선 여행지를 구경하는 수준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러니까 휴식(수면이나 음악 감상) < 글쓰기 <독서 순이다.

 

책에도 슬픔을 바라보고 슬픔에서 이겨내는 다양한 방법들 중,

위의 경우들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 관심이 갔다.  

 

=휴식=

- 치유의 단계들.

   자유의지를 잠들게 하라.

   "해야 한다"는 이제 그만. (알베르 카뮈의 일기 중)

 

- 순수한 휴식은 슬픔의 고통을 치료해주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다.

 

- 최선의 불면증 치료는 잠을 많이 자는 것이다.

 

- 휴식을 취한다는 것은 변화에 동의하는 것이며,

   의식의 운전석을 내어주는 것이다.

 

- 주변 사람들이 나만 빼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 좋으련만.

 (C.S.루이스)

 

- 혼자 있으면서도 외롭지 않은 장소를 찾아야 한다.

  카페가 구원의 장소가 될 수 있다.

  "카페는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주위에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이들에게 적당한 곳이다"

 

=말하기와 글쓰기=

- "자신을 파멸시킬지 모르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똑바로 쳐다봐야 한다."

 

- 슬픔을 토로하라. 그렇지 않으면

   슬픔에 겨운 가슴은 미어져 찢어지고 말 테니.

 

- 당신의 아픔은 가슴속 속삭임만으로는 결코 치유되지 않는다.

   정직한 말은 일종의 치료약이다.

 

- 슬픔을 이야기하라.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슬픔을 말하라.

   빈 뒤뜰이나 샤워커튼에 대고 슬픔을 토로하라.

   혼자 있는 차 안에서, 숲 속을 걸으면서 슬픔을 큰 소리로 외쳐라.

   이것이 슬픔을 해소하는 법이다.

 

= 독서=

- 우리가 찾는 것은 항상 시다.

  우리가 듣고 싶은 것은

  우리 귀에 속삭이는 인간의 목소리인 것이다.

 

- 당신이 평소 시를 읽지 않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보라.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그저 시어들을 읽고 무엇이 마음에 남는지를 보라.

  

각자의 슬픔 해소법을 찾아보자.

나 역시 슬픔을 서둘러 내쫓으려 하기보다 

절로 물러갈 때까지 같이 잘 지낼 수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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