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 잠자는 열정을 깨우는 강수진의 인생수업 인플루엔셜 대가의 지혜 시리즈
강수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십여년 전 못생긴 발 사진 하나가 화제가 됐다.  

울퉁불퉁 흉하게 튀어나온 뼈와 굳은살,

곧 빠질 듯 시커멓게 멍이 든 발톱, 오래보기 힘든 사진 속 모델은

발레리나 강수진이었다.

 

 

 

비단결 슈즈 안에 숨겨진 발이 공개되자

세상 사람들은 자신 안에 숨겨졌던,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열정이 터져 오름을 느꼈다.

 

동시에 진짜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했다.

강수진의 발은 흉하기는 커녕 너무나 아름다워서

눈물이 그렁 맺힐 만큼의 감동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 즈음에 나온 책이 '당신의 발에 입맞추고 싶습니다'다.

한 무용평론가가 세상이 궁금해하는 강수진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이번에 나온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강수진이 스스로를 풀어낸 자서전 형식이다.

이전 책과 중복되는 이야기도 있지만,

조금 더 그녀의 내면과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를 알 수 있다.

 

 

 

강수진은 아름답다.

외모도 그렇지만 그녀의 열정이 무엇보다 아름답다.

30년 가까이 발레를 하면서 하루 평균 18시간 연습을 빼 놓은 적이 없다.

누군가 계산해 보니 20만 시간에 달했다.

놀라며 그녀에게 알려 주었을 때 그녀는 오히려 담담했다.

어떤 성공이나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숨가쁘게 달려온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더 나은 자신을 위해 오늘을 완전히 불태우며 살아왔을 뿐이라는 것.

그녀는 경쟁 상대도 주변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단지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하루하루를 이어왔다.

그것이 오늘의 그녀를 만들었다.

그런 그녀에게 숫자의 총합은 흥미롭긴 하나

그다지 중요한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동시에 강수진은 순수하다.

이렇게 '발레'라는 하나의 대상에, 이토록 오랜 시간,

너무나도 일관되게 열정을 보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싶다.

 

아무리 사랑해도 아무리 몰입해도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강수진은 예외다.

그 열정은 더 뜨거워지고 사랑은 점점 깊어진다.

그만큼 순수하다.

어떤 것도 재지 않고 자신의 열정과 사랑의 끝을 확인하고자 한다.

끝이 절망이나 초라함일지라도 그녀는 감내할 만한 용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강수진의 아름다움은 그래서 위험하다.

그녀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욱신거리지 않으면

전날 연습을 덜했구나, 스스로 반성하며 그 날 더욱 강한 훈련에 자신을 내몬다.

발레리나 생명을 위협하는 부상에도 남몰래 연습하고 무대에 오른다.

 

글로 읽을 때조차 통증이 전해지는 듯한데,

그 고통을 직접 몸으로 받아내고 또한 참아온 그녀의 삶은

자치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가는 것을 권하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나를 뜨겁게 한다.

아름다움과 순수라는 절대적인 이상을

내 삶에서도 추구해 볼 수 있지 않나 하는 힘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이다.

 

순수함과 열정, 아름다움은 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위험을 이겨낸 자만이 진짜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다.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나의 문장으로 만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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