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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살리는 협동조합 만들기 7단계
그레그 맥레오드 지음, 이인우 옮김 / 한살림(도서출판) / 2012년 10월
평점 :

책이 얇았다.
부록과 에필로그를 다 합쳐도 130쪽밖에 되지 않았다.
이걸로 어떻게 협동조합을 다 알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한 손에 기분좋게 폭 들어오는 느낌이 좋았다.
얇은 책 하나로도 협동조합에 대한 낯섦과 부담이 확 줄어드는 것 같았다.
2012년은 협동조합의 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에 협동조합법이 발효됐다.
5명 이상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구성할 수 있다고 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 아는 게 없었다.
농협과 신협, 축협같은 것이 협동조합이었다는 것도
지난해에야 알게 되었다.
요즘 떠오르는 소규모 협동조합과는
규모나 조직 운영 체계가 크게 다르니
같은 조직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협동조합을 공부하기 위해 이 책을 샀다.
사회활동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자신의 노하우를 7가지로 압축했다.
핵심만 집어서 말해 주니 자질구레함이 없어 깔끔했지만,
협동조합이라는 말만 듣고 기웃거리는 초보가 보기에는
어렵지 않겠나 싶다.
이 책은, 지역 내 공동체 구성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하고 있는 시민활동가가
직접 협동조합에 뛰어들려고 할 때 필요한 선배의 조언,
지침에 딱 어울린다.
지역 활동에 이제 막 발을 디딘 사람들이라면
다양한 지역 활동의 사례를 접하며
아이디어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책이 더 나을 것 같다.
저자가 말하는 7단계는 무엇일까?
1단계. 3~4명의 소규모 모임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자신이 연구해 본 지역사회 공동체 중에
몬드라곤협동조합 회사법인과 발렌시아 협동조합 2곳을
가장 성공적으로 꼽는데,
두 조직 모두 5명의 친구들이 설립한 조직이다.)
2단계. 목표와 가치에 합의한다.
3단계. 기존 사업체를 통해 성공과 실패 요인을 찾는다.
4단계. 무엇을 할 것인지 선택한다.
5단계. 필요한 자원을 발굴한다.
6단계. 사업체의 법인 형태를 선택한다.
7단계. 사업을 시작한다.
이 책에서도 강조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이다.
협동조합은 특히나 그럴 것이다.
적은 규모로 비즈니스를 해야하기 때문에
물량 공세나 어떠한 외적인 요인보다는
그 조직을 구성하는 소수의 사람의 역량이
무엇보다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모임을 구성하는 것도 사람, 목표와 가치를 설정하는 것도 사람,
선택을 하는 것도 사람, 필요한 자원을 발굴하는 것도 사람,
행동-즉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결국에는 사람이다.
책 표지에 적힌 문구가 협동조합의 특징과 성격을 대변한다.
어떤 완벽한 사람도 없고, 어떤 완벽한 조직체도 없으며,
어떤 완벽한 사업도 없다. 그것은 바로 인간적이라는 의미이다.
지역사회 공동체 사업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은
사회적 지상명령과 사업적 지상명령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내는 것이다.
여러 부분 중에서 5단계인 <필요한 자원 발굴>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자연 상태의 물질은 사람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통해서만
자원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어떤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야말로 핵심 자원들이다.
협동조합의 정신이라 할 수 있는 한 마디가 마음 깊이 와닿았다.
"실천하면서 배워라." 즉, 행동하라는 말이다.
엊그제 신문에 나왔던 홍콩 'MaD(Make a Difference) 2013'의
올해 핵심 주제는 행동이었다.
협동조합은 땅에 두 발을 딛고 가장 삶과 가까운 분야에서부터
사람들의 협동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협동의 힘은 불완전에서 나온다. 끊임없는 도전, 행동에서 비롯된다.
불완전을 인정하면서도 지속적으로 행동하는 용기,
그것만 있다면 협동조합에 도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 사업 매뉴얼은 이 책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