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 양장본
법정스님 지음 / 범우사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난 가끔 휴대폰을 꺼둔다. 평소 귀찮을 정도로 전화가 많이 걸려오는 것도 아니지만 가끔은 하루 종일 휴대폰을 꺼두거나 켜둔 채로 집에 두고 나간다. 그럴 때면 아주 편하다는 생각을 한다. 아예 가져오지 않았으니 환청을 들을리도 없고 환동을 느낄리도 없고.. 그냥 나 하나만으로도 족한 일이다. 그리고 휴대폰이 없어 불편하기 보다는 신경쓸 일이 하나 줄어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나를 찾기 위한 내 주위의 사람들이 더 불편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휴대폰을 켜거나 집에 돌아왔을 때.. 휴대폰이 있다는 걸 인식한 나는 또 다시 족쇄에 묶인듯 휴대폰을 손을 대고 눈을 댄다.

그때부터 다시 나는 휴대폰에 얽메이게 된다. 소유하지 않는다는 거.. 나는 이렇게 휴대폰의 휴대 여부에 따라 소유와 무소유의 큰 차이를 새삼 느끼곤 한다. 법정 스님이 선물받은 화분 하나로 무소유에 대해 깨달은 것처럼.. 그만큼 큰 것은 아닐지라도 무소유의 참뜻을 느끼고 있다. 하루하루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무언가 하나하나 소유하고, 그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그것에 구속되거나 혹은 그것을 구속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무소유함으로써 얻는 게 소유함으로써 잃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음을 나는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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