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사생활 -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 몸 활용 가이드
제니퍼 애커먼 지음, 이수연 옮김 / 북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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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저녁까지 내 몸 활용 가이드

<내 몸의 사생활>

A day in the life of your body

 
비가 올 것 같으면 며칠 전부터 몸이 쑤시고, 어쩌다 한 번 등산을 했다 하면 근육이 놀라서 며칠을 앓다가 진정이 되는 일은 나이를 어느 만큼 먹게 되면서부터 일어난다. 또한, 어쩔 수 없이 진행되는 작고 사소한 노화 현상들 - 흰머리, 주름, 기미, 다크서클 따위는  '내 몸'이 자기한테 관심 좀 가져달라고 보내는 일종의 신호가 아닌가 싶은데 둔한 우리는 호된 신고식을 치르기 전까지 '내 몸'이자 '우리의 몸'을 너무 모르고 산다. 간혹 이런 사람도 있다는 것 같긴 하다. 호된 신고식을 치렀는데 몸이 곧 괜찮아지니까 다시 술에 쩔어 산다든지 막가파로...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산의 높이와 별의 경로에는 경이로워하지만, 우리 몸속의 기적에는 놀라워하기는커녕 간과한다. 건강한 육체는 종종 너무나 순조롭게 움직여서 그 존재를 거의 잊을 정도다. 대개 이상이 생기거나 혼란 상태에 빠질 때에만 몸에 관심을 갖는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의식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면서 말이다. (이 책 '머리말' 가운데)


이 책의 저자는 악성 독감이라는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난 뒤, 갑자기 자신의 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을 느꼈다고 한다. 평범한 우리와 다른 점은, 간절한 욕망이 그때뿐인 다소 시들한 욕망에 그친 것이 아니라 의과대학 진학까지 고려해 보게 되고 자신의 몸이 의대공부과정을 견뎌낼 만큼 튼튼한 체질이 아님을 자각하고 이후 10여 년을 몸과 관련한 각종 뉴스와 신문, 과학자들의 실험실, 강의 등 몸 주변이라면 가리지 않고 어슬렁거린 듯싶다. 단지 동양의 한의학과 같은 동양식 사고방식에는 아직 접근하지 못한 듯 약간 진화한(?) 서양식 사고방식에 입각한 과학적 접근이 이 책의 주를 이룬다.
 

     "제가 볼 때 서양 사람들은 훨씬 더 단순하고 기계적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큰 그림보다는 부분적인 사물 그 자체, 혹은 사람 자체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물의 행위를 지배하는 규칙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리처드 니스벳, 『생각의 지도』, 13쪽)


그래서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해본다면, 지난 10여 년간 소개된 몸과 관련한 과학 소식지라고 말하고 싶다. 앞부분을 조금 읽고 대충 짐작은 했지만 '이것이 정답이오!' 하는 것은 거의 없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이런 결과가 새로 나왔더라! 놀랍지 않는가!' 하는 식이다. 하지만, 나와 같은 무식이는 놀라지도 못하는 게 '이거 이러다 또 다른 반전 과학 소식이 들려오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답도 안 알려주면서 뭘 믿고 선택할 수도 없게 과학 용어와 실험(결과)이 너무 많고 어려워서 어버벅거리기만 했다. 수면 과정이라든지 우리 몸의 호르몬 작용, 생리학 쪽에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진 사람이 본다면 무척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깔끔하고 산뜻한 책표지와 구성이 돋보이는 책이었고 하루 24시간 동안 내 몸에서 일어나는 각종 신비로운 것들에 대한 과학 수다 - 아침, 한낮, 오후, 저녁, 밤 동안 내 몸에서 무슨 일이? - 에 귀 기울여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을 보고 다는 아니더라도 한 가지 정도는 기억해 두었다가 친구들과 재미나게 이야기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있지, 하품이 전염된다더라. 전염 잘되는 사람이 자아인식/감정이입이 잘 되는 사람이래. 우리의 우정을 한번 시험해 볼까? 


     성격과 우정의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척도가 여기 있다. 하품을 한 다음 누가 따라서 하품을 하는지 살펴보라.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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