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의 여왕 - 제2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이유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체휴일을 맞아 읽은 <소각의 여왕>. 리뷰는 아니고, 독서노트.

이야기 구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책을 보다보니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 연쇄하는 플롯과 중심인물의 성장(혹은 파멸). 가령 어두운 세계관 속에서 중심인물에 시련이 끊이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고 할때, 그 세계관 자체의 정교함이나 참신함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거기에 그쳐서는 독자를 기나긴 이야기에 붙잡아 두기 어렵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플롯이다.

플롯은 소설에서 세계관 만큼이나 중요한 기술이다. 세계관이 멋진 이야기라도 플롯이 엉성하면 인내심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소각의 여왕>은 폐기물 처리업을 하다가 헛된 희망에 몰두하는 아버지 뒷바라지를 하러 유품정리사 일까지 도맡게 되는 딸의 파멸을 보여주는데, 그 중심 줄거리가 허파에 바람 들어서 폐기물에서 귀금속을 제련하는 기계에 몰두하는 아버지의 이야기와 교차하고, 폐기물 처리 업계 주변 인물의 작은 에피소드와도 교차한다. 이야기들이 어느정도 연쇄하는 듯하지만, 도미노처럼 이전의 이야기가 다음 이야기를 필연적으로 촉발하는 치밀함이 없다. 즉 플롯의 구성이 엉성하다. 고등어에 관심이 있는데 자꾸 오징어 꼴뚜기 이야기가 불쑥불쑥 나오는 듯이 느껴졌다. 오징어 꼴뚜기 이야기 비중이 크다면 주제도 오징어 꼴뚜기여야 한다.

독자 잡아 채기 외에도 플롯을 통해 해야하는 건 파국의 끝에 중심인물의 성장이나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어떤 인물에 닥친 시련의 나열 만으로는 그 인물이 실존인물이 아니고서야 의미도 감동도 남길 것이 없다. 그런 점에서 내게 <소각의 여왕>은 폐기물 처리나 유품 정리에 대한 르포적 관심이 없었다면 읽기 어려웠을 이야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