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배우는 수사학 - 말과 글로 살아가는 모든 이를 위한 고전 수사학 특강
에드워드 P. J. 코벳 외 지음, 홍병룡 옮김 / 꿈을이루는사람들(DCTY)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수사학 이론과 연습을 위한 훌륭한 지침서

   

[한 권으로 배우는 수사학을 읽고]

인터넷의 급속한 발달로 SNS가 활성화되면서 대의 민주주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별한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주장하는 바를 마음껏 펼치면서 대중에게 영향을 주는 시대다. 지금 그리스 철학자들이 존재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뜻을 어필할 수 있었으리라. 컨텐츠로 돈 버는 시대다. 의사소통 기술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공감과 설득하는 능력이 4차 산업혁명 미래 인재상이 됐다. 굳이 수사학을 배우지 않아도 말과 글이라는 수단을 사용해 청중이나 독자에게 영향을 주어 변화시키려는 모든 방법과 전략을 강구한다.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모두 수사 유저(user).


[한 권으로 배우는 수사학]은 수사학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인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퀀틸리안의 고전수사학을 토대로 현대문헌을 통하여 어떻게 발현되는지 다양한 예문을 통해 증거한다. 예문을 분석하고 훈련하면서 탄탄하고 논리적인 다양한 수법과 양식을 보게 된다. 초보자, 입문자에게는 수사학이란 넓고 깊은 세계를, 이미 중급자라면 체계적이고 숙달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사람은 이성적인 동시에 감성적이다. 즉 어떤 이에게 영향을 주려고 할 때, 제도나 시스템을 바꾸려고 할 때 논리적인 설명만으로 부족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성에의 호소(로고스) 외에도 주장이 바람직스럽고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감정에의 호소(파토스), 숨은 설득자인 인격과 성품에 대한 호소(에토스)를 염두할 것을 제시한다. 일련의 주장들은 명료하고 확실해야 한다. 엉성하고 모호한 생각은 결국 주장하려는 바를 흐지부지하게 만든다.

 

명료한 주장엔 뒷받침할 논거들을 찾고 배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수사학자 조지 캠밸이 말했듯이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가용 자원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용 자원들을 토픽(topic)’이라고 명명하는데 일반적으로 정의, 비교, 관계, 환경, 증언이라는 자료를 이용한다.

 

정의: 이슈를 명확히 하는 것.

비교: 유사점, 차이점, 더 큰 선과 작은 선의 정도를 비교하는 것.

관계: 원인과 결과, 전건과 후건, 반대명사, 모순 명제를 밝혀내는 것.

환경: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과거와 미래의 사실

증언: 통계, 금언, 예시, 법 등 외부 출처들.

 

이러한 자원을 배열하는 방법은 서론-> 사실 진술 -> 확증 -> 논박 -> 결론으로 이어진다. 청중이나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주장하는 바를 명료하게 확증하여 반론할 것을 미리 예상하여 논박하고 마지막으로 우호적인 견해를 갖도록, 감정을 불러일으키도록 결론짓는다. 전체적 틀을 짰으면 적절한 어휘와 문장을 선택하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사실 글이나 말을 잘하는 훈련은 꾸준히 습득해야 하는 산물이다. 노련한 작가나 연설가가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과 감각이 필요하다. 사전을 뒤척거리고 명문장을 필사하여 모방하고 자신의 언어로 바꿔 쓰며 다양한 문장 구조를 인식하는 과정 가운데 얻어지는 양식, 스타일인 것이다.

 

저자도 이러한 과정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em>유창함에 이르는 길은 험하고 외로운 길이며, 그 여정이 나약한 사람에게는 맞지 않다. 그러나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려고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이 인간 특유의 재능이라면 인생에서 언어를 섭렵했을 때 느끼는 자부심에 견줄 만한 만족감은 없을 것이다.</em>

 

나만의 양식과 스타일을 개발하는 것은 창조 과정과 흡사하다. 신은 자신의 형상과 닮은 사람에게만 말과 글을 선물해주셨다. 이를 잘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또 하나의 청지기 사명이다.

 

수사학은 말과 글을 사용하는 모든 매체, 미디어, 광고, 영업, 홍보 등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빛을 발한다. 김성규 교수가 언급했듯이 수사학은 인간의 신뢰, 사고의 논리, 감정의 미학을 설득 수단으로 삼아 인간사회를 생산적으로 구성하는 종합예술인 것이다. 240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며 더욱 연마해야할 분야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레이첼 카슨, 마르틴 루터 킹, 소크라테스, 케네디, 호머, 매튜 아놀드, 에드먼드 버크 등 명문(名文)을 만나며 작가마다 다른 양식을 향유해보는 것 또한 이 책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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