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90일만 더 살아볼까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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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자살을 꿈꾸는 현대인들의 이야기다.

전혀 다른 삶의 갈래길에서 온 네 명의 사람들이 우연히 모여

자살밖에 답이 안 보이는 삶을 이야기한다.

그 상황들과 그 심리 상태는 너무나 심각한데,

상황 설정이 위트 넘쳐 시종일관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그들보다는 덜 기막히고, 덜 망가졌을지 모르지만

나 역시 늘 죽음을 생각하기는 마찬가지.

그렇지만 딱 며칠만 더 살아볼까 하고 하루하루를 더 살아보는 것이다. 

요즈음 유명 연예인들의 잦은 자살 소식도 그렇거니와

우리 현대인들은 어쩌면 그렇게 죽음을 마지막 도피처로 남겨놓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현대인의 일면을 이렇게 재미있고 공감 가게 포착해 낸

닉 혼비의 시선과 글발이 감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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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저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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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치 한 편의 독립영화 같다. 어느 순간부터 해님과 달님처럼 서로 만날 수 없이 멀어져 버린 자매 이야기. 카메라는 집에 들어가기 싫어 한밤의 도시를 방황하는 동생 마리에서부터, 마음의 문을 닫고 내적으로 침잠해 내리 잠만 자는 공주 같은 언니 에리, 그밖에 러브호텔 알파빌에서 만난 쫓고 쫓기는 별세계의 사람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잡아 보여준다. 평범한 일반인들과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을 듯한 밤의 캐릭터들은 미로 같은 인간 관계망을 통해 우리와 바로 인접해 있고, 그런 점에서 폭력과 공포는 늘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보다는 그러한 인물들에게서 묘하게 자기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됨으로써 오늘을 사는 도시인의 내면의 폭력과 불안 심리를 획인하도록 한다. 다이내믹한 재미는 없지만 하룻밤 동안의 짧은 이야기를 통해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에 이 작품은 읽을수록 오래 가슴에 남는다. 특히 하루키 특유의 도회적인 감수성과 판타지한 상상력이 만나 작품의 매혹과 재미를 한결 더해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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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로우 잉글리쉬
최재봉 지음 / 북앤월드(EYE)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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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영어를 왔다리갔다리 해석하지 말고 어순대로 쭉쭉 읽어나가라”는 책이다. ‘직독직해’와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지만, 같은 거라 보긴 힘들다. 내 생각에 한 단계 진보된 것 같다. 직독직해는 문장 순서대로 읽어나가긴 하지만 구나 절 등은 수식구조로 이해한다. 반면에 애로우 잉글리시는 구나 절은 물론이고 전치사 하나 조동사 하나까지도 전부 앞에서 뒤로 차례대로 해석한다. 예를 들어 이 책에 의하면 전치사는 뒤에서 앞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고, 앞말과 뒷말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조동사는 뭔가 일을 시작하기 전에 마음의 세기를 조절하는 기어 같은 것은 것이다. 접속사는 다음에 무슨 말이 올지를 미리 짐작할 수 있도록 하는 신호등 같은 거다... 정말이지 그럴듯하다. 그럼에도 20평생 굳은 머리를 완전히 뒤집어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받아들이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동안 암기한 게 아까워서 전에 배운 게 맞고 이 책이 오류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읽을수록 기존의 방법이 어리석었다는 사실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저자의 말대로 언어란 게 나오는 순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건 정말이지 맞는 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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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 버려야 할 9가지 생각
제프리 번스타인, 수잔 매기 지음, 임선희 옮김 / 북앤월드(EYE)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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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면 다를 줄 알았다. 나는 상대방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간섭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내가 간섭당하는 게 싫었으므로), 그의 기분을 항상 이해할 것 같았고(감정이입만큼은 자신있는 나였다), 언제까지나 진심으로 배려할 것 같았다(난 맏이로 자랐다).

그런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첫번째 사랑에 이어 어렵게 시작한 두번째 사랑 역시 1년도 채 못 되어 끝나고 말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지금 가슴이 미어진다. 떠난 건 그 사람이지만 사랑을 그렇게 만든 건 바로 나였다. 나의 독을 품은 생각이 그 원인이었다.

어느 순간 나보다 친구를 좋아하는 그가 서운하게 느껴지고, 그런 그를 억지로 이해한다고 생각하려 했으며, 그에 대한 배려 때문에 내가 감수해야 하는 희생이 힘겹게 느껴졌다.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정서적인 단절에 빠져들었고, 그 앞에서 침묵하게 되었다. 그리고 끝이었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생각이 비단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범하는 "독이 되는 생각"의 패턴이라는 것을 이 책은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독이 되는 생각을 점차적으로 치료하는 방법까지. 그 치료 방법이 효험이 있을지는 다음 번 사랑을 해봐야 알겠지만 무척이나 흥미로운 책임에는 틀림없다. 특히나 독이 되는 9가지 생각들은 비수처럼 읽는 이의 마음을 찌른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가벼운 제목의 책을 울면서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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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스트 클론 1 - 복제 예수의 탄생
제임스 보사이너 지음, 유영일 옮김 / 북앤월드(EYE)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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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마디로 놀랄 만하다. 너무나 많은 스펙터클하고 흥미로운 요소들이 있어 시종일관 손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복제 예수’라는 SF적인 전대미문의 상상력이 그 하나다. 성경에는 일찍이 지구 종말의 시기에 예수가 재림한다고 예언하고 있다. 그런데 그 종말의 시기에 인간은 복제 예수를 만든다. 이제 신이 인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창조하는 것이다. 과연 그는 인류를 구원할 신적 존재인가. 아니면 불손한 인간이 만든 가짜일 뿐인가.

둘째, 실제 세계로부터 발아된 리얼한 스토리 전개야말로 이 소설의 백미다. “당국은 폭스 뉴스에 말하기를, 9.11테러 사건 이후 미국인들 스스로 무장을 하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불법적인 무기 구입 또한 증가해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실제 뉴스가 아니다. 아랍인에 대한 미국인과 이스라엘인의 터무니없는 적의에 대해 소설 속 뉴스가 전하는 소식이다. 소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반목에서부터 시작하여, 9.11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 등 기독교 국가의 아랍인에 대한 만행 등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성은 비단 소설 속 내용에서 끝나지 않고, 주 처리를 통해 정확한 출처와 연도까지 밝히고 있어 마치 실제 세계의 뉴스를 접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저자는 이스라엘과 미국, 그리고 기독교에 대해 무조건 옹호만 하지는 않는다. 데커 호손 기자라는 ‘내부고발자’의 시선을 통해 최대한 객관적이며 냉철한 시각을 잃지 않는다. 물론 그는 내부자라는 시선의 한계를 지니지만, 조지 오웰의 <1984>의 주인공처럼 자신이 속한 체제의 비밀을 하나씩 깨달아간다.

셋째 치밀하고 정교한 신학적 상상력과 논쟁을 꼽을 수 있다. 나는 비종교인인데도 불구하고 이 부분을 무척 재미있게 보았다. 처음 접하는 성경조차 2천 년 전의 판타지라는 생각이 들만큼 흥미로웠다. 또한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뉴에이지 사상이 여러 동서양의 종교들이 혼합된 결과라는 사실 또한 새로 알았다. “만약 죽기 1분 전 자신의 전 생애가 기만의 세월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어떻게 할까?” 이 소설은 전 지구를 뒤흔드는 스펙터클한 모험들로 가득 차 있지만 책을 덮은 후까지 오래도록 내 기억에 남는 부분은 바로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자기구원의 문제였다. 그에 대해 저자는 단선적인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진리에로 가는 길은 언제나 열려 있는 것이다.

이 책이 종교적 틀을 가졌다는 것은 그만큼 독자층을 한계 짓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 책의 주제의식을 높이는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복제 예수, 이스라엘과 중동 문제, 세계 전쟁, 세계정부 등 민감하고도 세계적인 이슈를 다루면서도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잃지 않고 그만큼의 무게감 있는 주제의식까지 끌어낸 <크라이스트 클론>에 저절로 감탄사를 내뱉지 않을 수 없다. 인간과 신, 진리와 위선 사이에서 갈등하고 방황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대중소설의 재미와 함께 진리를 향한 다양한 접근법을 심도 있게 이해시킴으로써 영혼의 카타르시스를 겪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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