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과거
은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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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은희경의 신작. 아마도 24년 전 그의 첫 장편소설 수상작인 새의 선물을 읽었을 때부터 그의 소설이 맘에 들었다. 부조리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위트로 표현되는 느낌이 좋았다. 이 소설에 대한 평과 작가에 대한 말 등에서 보더라도 그가 신인이었을 때 보다는 날 것 같은 직설적인 화법은 줄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그의 자전적인 면이 많이 보여선지 너무나 자연스럽고 정말 있었을 법한 이야기로 웃으면서, 안타까우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이야기의 배경은 누구나 알 수 있듯, 숙명여대. 여대 기숙사가 배경인데, 서울역 주변이고 이래저래 숙명여대가 떠오른다. 근데 작가의 이력을 보니 숙명여대 졸업이다. 게다가 주인공인 화자의 고향도 전북으로 작가와 같다. 다만, 주인공의 대척에 서 있는 주인공의 기숙사 동이기이자 평생의 친구이지만, 연적이기도 했던 김희진은 소설가이며, 아마도 그렇다고 해서 본인을 얘기하는 건 아니겠지 싶다.

 

어쨌든 이 소설은 구상부터 오래전에 했다고 한다. 10년전부터 쓰려했다고... 그런데 아마도 무언가의 이유로 완성하지 못했다. 그래서 주인공이 당시에는 50대였다가 이제 60대가 되었다. 77년이란 배경은 그대로지만. . 77년의 배경도 이 소설에 너무 잘 녹아 있다. 읽으면서 과연 이 배경을 요즘 세대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나 또한 잘 이해가 안 되어서 난 과연 핸드폰이 없었을 때 어쨌지? 자꾸 기억을 돌려봐야 했다. 비교적 늦게 연애라는 것을 할 무렵에는 핸드폰이 있었으니 말이다.

 

핸드폰이 있어도 오해와 어긋남으로 연인 간의 헤어짐이 늘상 있는 일인데, 그 전에는 도무지 어떻게 만나고, 이해하고, 헤어졌는지... 이 소설에서 절실히 느낄 수 있다. 기숙사의 전화기에 목매달아야 했던 모습에서,,또는 그 전화기의 교환담당의 권력에서..

 

지금 40대 중반, 그리고 아마도 50대 이상 세대에서 더욱 격한 공감과 향수를 일으키는 소설일 듯하다. , 물론 단순한 향수도 있지만, ‘다름섞임에 대한 주제를 잘 표현했다고 한다. 기숙사는 다름섞임을 피할 수 없는 공간. 그리고 그 속에서의 시각들이 어찌 완벽하게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너무나 선연하게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주인공과 김희진의 시각을 김희진의 소설을 대비해서 본다면 말이다. 그 결말에까지 이르면 더욱 더....

군대의 비극은 섞인다는 것이다.
> That’s right. - P25

남자의 외모나 조건을 따지지 않고 지성인의 양심과 진실함에 더 가치를 두는 현명한 여성이어야 하며 그 현명함 안에는 남자들이란 타고나기를 여자의 외모를 따지도록 되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지혜로움도 포함되어야 했다.
> 얼마나 남자들의 사회적 인식과 시선을 잘 표현한 말인지.. 외모뿐만 아니라 ‘가사’에 있어서나 능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 P81

"당신은 혹시 보았는가. 사람들의 가슴속에 자라나느 ㄴ잘 익은 별을, 혹은 그 넘실거리는 바다를, 그때 나지막이 발음해보라. ‘청춘’. 그 말 속에 부는 바람 소리가 당신의 영혼에 폭풍을 몰고 올 때까지"라는 『행복의 충격』
> 행복의 충격이 얼마나 당시 인기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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