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롭게도 우리가 어린이와 같은 호기심을 가질 때 에고의 고통이나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줄어든다. 순수한 호기심은 우리를선입견에서 빠져나오게 함으로써 상황을 좀 더 명료하게 바라보도록 한다. 하지만 우리 의식 상태는 즐겁거나 고통스러운 감정에치우칠 때가 많다. 극단적인 양쪽을 오가며 자기가 무엇을 하고있는지 알아차릴 새도 없이 이리저리 춤만 추는 꼴이다. 그러니팔세간법의 사슬에 얽매어 쳇바퀴처럼 돌 수밖에 없다. 자신이맞닥뜨린 게 무엇인지 알아차리기 전에 우리는 제멋에 겨워 시나리오 한 편을 뚝딱 만들어낸다. 내가 왜 옳은지, 그가 왜 그른지 혹은 내가 왜 그걸 얻어야 하는지 밑도 끝도 없는 근거를 들어가며 나만의 이야기를 지어낸다. 하지만 내면에 일어나는 이런 과정을 온전히 이해하면 모든 게 달라진다. 쳇바퀴를 맴돌던 인생이획일적인 틀에서 벗어나 차츰 유연해지며, 뭔가 갑갑했던 기분을떨치고 자유로우며 홀가분해진다. - P102

우리는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는 어린아이와 같다. 예쁜 조개껍데기와 파도에 실려 떠내려온 나무 조각, 형영 색색의 깨진 유리 조각으로 우리는 상을 멋지게 단장한다. 그 성의 주인은 오직 나다. 다른 사람은 절대 출입할 수 없다. 누군가 성에 흠집을 내겠다고 위협하면 우리는 당장이라도 싸울 태세를 갖춘다. 하지만그런 애착과 상관없이 언젠가 밀물이 들어와 공든 모래성을 휩쓴다. 우리도 그것을 안다. 따라서 그 모래성 놀이를 한껏 즐기되,
결코 집착하지 말며, 때가 되면 바닷물에 휩쓸리도록 두는 게 삶을 사는 지혜다.

이를 ‘무착 (Nonattachment)‘이라고 부른다. 모든 걸 제 갈 길로가도록 내버려 둔다는 의미다. 이 단어에서 차갑고 냉정한 거리감을 느낄지 모르지만 무착은 훨씬 사랑스럽고 친근한 느낌을 가진 낱말이다. 마치 끝도 없이 질문을 쏟아내는 다섯 살배기 꼬마와 같다. 그것은 자신의 고통을 완전히 앎으로써 끝없는 도피를멈추고자 하는 마음이다. 그러다보면 우리가 던지는 질문은 점점 커지고, 내면의 호기심도 맞춰 자란다. 도대체 상실이란 무엇일까? 그것을 안다면 다른 사람의 삶이 산산이 무너질 때 그들을진정으로 이해하기란 어렵지 않다. 반대로 이익이란 무엇일까? 그것을 안다면 다른 사람들이 기쁘고 즐거워하며 우쭐댈 때 그들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 P103

자신이 어떻게 팔세간법의 낚시질에 걸려드는지 또 어떻게 희망과 두려움의 틀에 중독되는지 더 자비롭고 지혜로운 눈으로알아차려라. 그러면 모든 존재들을 향한 연민도 충만하게 자란다. 자신이 겪는 혼란의 실체를 알기에 남이 겪는 혼란은 이에 하고 즉시 도우려는 마음은 낼 수 있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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