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용법 - 한 편집자의 독서 분투기
정은숙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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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이자 열혈 독자로서의 저자의 애정에는 충분히 납득이 가지만, 의외로 구성이 산만하고 허술한 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굳이 저런 식의 목차 구분이 필요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49에서 50 page에 수록되어 있는 책의 분류 및 배치에 대한 적절한 정리는 꽤나 인상적이었는데, 다음과 같은 5단계를 따르게 되어있다. 

정보를 철저히 습득하는 데 필요한 책 - 내 경우 출판, 문학, 트렌드, 예술 분야 등을 다른 책 -   은 가까운 곳 -  책상, 머리맡, 소파 옆 - 에 두고 항시 시간이 나는 대로 펴들게 된다.  이런 책은 서가에도 잘 가져가지 않는다. 다 읽기 전에는. (1)

정보 습득이 필요하나 좀 시간이 걸릴 만한 분량, 또 단시간에 정보를 습득하지 않아도 되는 책은  먼저 목차나 내용의 일단을 살펴보아 이 책에 무엇이 있는지를 확인한 후 서가에 잘 띄게 꽂아둔다. (2)

정보 습득이 다 끝난 책은 서가의 깊숙한 곳, 심지어 창고까지 가기도 한다. 이런 곳에 잃어버리지만 않을 정도로 둔다. 곁에 두고 봐야 할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구별하여 가급적 많은 분량을 따로 보관하도록 한다. (3)

즐거움으로 가볍게 보는 책은 갖고 다니기도 하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가까운 데 두고 보다가 
읽기가 끝나면 주위 사람들에게 주거나 버린다 (이런 책들이 주인이 되어 서가를 차지하고 있지 않도고 항상 유의한다). (4)

구입한 책 가운데 내용 파악이 안 된 책은 책상 위나, 때에 따라 서가 밑(꽂아둔 것은 감별이 끝난 책이므로)에 쌓아둬서 주말이나 휴일에 마음먹고 몰입하여 먼저 내용 파악을 한 다음 1번에서 4번으로 각각 처리한다. (5)  

본인의 책이 가까운 서가에서 안식을 취하게 될지, 창고로 직행하게 될지, 혹은 가까운 친구에게 증여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될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궁금해 지기도 한다. 

아마도 나는 가볍게 즐긴 뒤에 주위 사람에게 증여해 버리는 수순을 밟지 않을까 싶다. 좋은 편집인이자 능란한 작가가 되는 일이 쉬울리는 없겠다. 

*** 저자는 211쪽에서 김수영 전집을 언급하면서 '지금도 나는 수시로 그 시 전집을 들추며 봄날에는 '봄밤'을, 외로운 날에는 '달나라의 장난'을, 사랑이 필요한 날에는 '사랑의 변증법'을, 투지가 필요한 날에는 '풀'이나 '폭포'를 낭송하며 큰 위안을 받는다고 썼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김수영 시 전집을 펴보니, '사랑의 변증법'이란 시는 없고 '사랑의 변주곡'이란 시가 덩그러니 버티고 있었다. 뭔가 착오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역시나 책을 쓴다는 일은 쉬운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의 착각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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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2010-07-12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softcell님, 서평을 잘 읽었습니다. 말씀하신 부분을 확인했습니다.저희가 놓친 것이 맞습니다. 저자분이 직접 인용하신 부분은 편집자가 일일이 대조하였으나, 지문에서 책명이나 작품명을 언급하신 부분은 오자가 아니면 그냥 지나친 것이 문제였네요.(저자분은 기억에 의존해서 쓰셨다고 합니다. 너무나 익숙하게 생각하신 것이 그만...)
말씀하신 김수영 시인의 작품은 <사랑의 변주곡>이 맞구요.
참고로 133쪽 르네 지라르의 <낭만적 진실과 소설적 거짓>도 잘못이군요.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이 맞습니다.
앞으로 팩트가 틀리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softcell 2010-07-13 13:54   좋아요 0 | URL
이렇게 친철하게 설명까지 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좋은 책들 펴내주셔서 즐거운 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