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사윌 때
최시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둠이 잦아들고 먼동이 트는 때를 이르는 별빛 사윌 백제의 왕족에서 갈라져 나온 귀족 오서 가문의 서자이자, 이미 패망하여 사라진 나라인 백제의 무사로 활약했던 물참의 이야기이다. 백제 멸망 때부터 여러 싸움에 참여했던 물참은 멸망한 백제가 다시 부흥하고 백제 사람이 제대로 살아가길 바라며 부흥 전쟁에 까지 참여하였었지만, 부흥군을 이끌었던 우두머리들의 배신, 살던 땅을 버리고 왜국으로 도망가는 지배층의 이기주의 그리고 굶주림과 핍박에 고통받는 백성들의 실상을 겪으며 절망에 빠져 섬에서 방황하며 지낸다.

 

 

- 물참은 변함없이 같은 늪에서 허우적대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지난 동안 물참은 신라와 당의 싸움이 그들에게 멸망당한 백제한테,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은 백제 사람한테 무슨 소용이 있을지 생각하고 생각했다. (p. 26)

 

 

- “참으로 어두운 세상이나, 세상은 끝지는 아니라 변한다. 변치 않는 없다. 그게 사람한테 좋거나 나쁘지도 않구.” (p. 77)

 

 

무력하게 지내던 물참이 백제를 망하게 나라이자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신라와 당나라가 벌이는 전투가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신의 적이었던 나라를 위해 싸울 있는지 고민하며 뜻을 찾아가는 물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라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백제의 멸망 이후부터 나당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담겨있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어 싸우기도 하는 혼란스러웠던 삼국시대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 물참은 지금 자신한테 이라는 관연 있는지, 도대체 어찌해야 그게 가닿을지 막막했다. 동안 싸움터에서 겪은 것은 오로지 힘의 대결과 패자의 죽음이요, 아랫사람의 간절한 소망을 뭉개는 윗사람의 배신과 어리석음뿐이었다. 자기 몸뚱이 곳곳을 할퀸 상처와 함께 그것들은 마음자리 깊이 남았다. (p. 157)

 

 

- “내가 처음 하는 말인데, 백제는 이제 없다. 꺼풀이라도 남아 있다고 믿어왔지만, 이상 그러기 어렵구나. 앞으로는 백제 부흥이라는 말조차 듣기 어려울 게다. 그러니 우리는, 앞으로 우리가 어찌 될까보다 어찌해야 할까를 생각해야 한다. 신라와 당나라는 백제를 눈곱만치도 쳐주지 않을 테니까, 인제 우리가 바라는 얻으려면 어미 잃은 새끼처럼 스스로 찾는 길밖엔 없단 말이지.” (p. 251~252)

 

 

나당전쟁 둘째 해인 671년을 배경으로 별빛 사윌 전쟁의 승자도 전쟁의 당사자인 신라와 당나라도 아닌 이미 나라를 잃고 다른 나라의 전쟁에 끌려 다녀야 했던 백제인의 시점으로 그려낸 이야기라는 점이 새로웠고, 소설로 그려지지 않던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의 이야기라 반갑기도 했다. 1300여년이라는 시간 차가 있지만 나라의 위기와 백성들의 삶을 걱정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길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지켜나가는 백성들의 모습은 지금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같아 씁쓸했다.

 

 

* 문학과지성사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