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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험담을 할까 - 모두가 하고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험담의 심층 심리
사이토 이사무 지음, 최선임 옮김 / 스카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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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난주에 학교에서 강연을 듣는데 강사 분이 말했다. 사회와 학교의 차이가 뭔지 아느냐고. 간단하다. 당신이 옷에 단추가 떨어졌는데 그걸 모르고 그냥 입고 다닌다고 가정한다면, 학교에선 (교수나 선생이) 그걸 보고 지적해주고 나무란다. 반면 사회에 나왔을 때, 아무도 그것을 나무라고 문제 삼지 않는다. 오히려 칭찬한다. "오늘 멋지시네요." 그리고 뒤에서 수근거린다. "쟤 옷입고 다니는 거 봤어?" 당신을 위해 앞에서 염려해주고, 훈계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그 점을 지적한다. 우리 사회는 "겉치레 사회"이다. 겉과 속이 다른게 통용되고 오히려 권장되는 사회. 험담은 그 세계의 이면이다. 모든 인간에겐 본능적인 공격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에선 도덕과 윤리를 기반으로한 질서가 존재하며 개인에게 공격성을 억제하도록 요구한다. 때문에 신체적인 폭력행위는 줄어들었지만, 언어폭력과 험담은 빈번했졌다.
험담은 '악'임이 분명하다. 상대 앞에서, 때론 상대 모르게 모욕하고 상처입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험담이 꼭 나쁜 것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험담을 전혀하지 않는 사람은 신용을 얻지 못한다. "좋은 사람"이라는 평을 얻을 수 있어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진 못한다. 험담은 험담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 묘한 연대감과 공범의식을 심어 결속을 단단하게 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 사회에 험담은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도 불만과 공격성을 마음에 계속 쌓아두기만 하면, 마음의 병이 되고, 표출되지 못하는 공격성은 스스로의 내면으로 향한다. 험담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마음에 쌓아둔 응어리를 풀어주는 순기능도 있다.
때문에 험담은 필요악이 되는것이다. 어떻게 하면 험담을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저자가 고찰한 부분이 나오긴하지만, 이는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왜 험담을 하는가?>를 읽으면서, 생각해보지 않았던 험담의 심리학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