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룸 소설, 잇다 3
이선희.천희란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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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받아야 할까. 이것은 내게 불구자란 약점이 생길 때부터 생각해온 문제다.
나는 내 남편도 나와 같이 다리 하나가 병신 되기를 바랐다. 남편의 다리 하나 -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다리 하나쯤으로는 엄청나게 부족하다. 내가 받아야 할 것은 그의 목숨 그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생명을 받아야 겨우 수지가 맞을 것 같다. 이것은 내 계산서뿐만 아니라 모든 아내 된 자의 계산서일 것이다. p.39

최근에 한국문학을 좀 안 읽기는 했지만 읽어도 신작 위주로 읽었지 근대 소설은 오랜만이다. 오히려 현대 소설보다 재밌고 술술 잘 읽혔다. 계산서의 첫 단어부터 신기했다. 아뿔싸라는 단어도 뭔가 오래된 느낌인데 예전에는 애플사라고 했다.

내용도 강렬했다. 임신으로 인해 한쪽 다리가 불구가 된 설정이 강렬하게 느껴진 것은 아니었고 그 이후의 서술이 그렇게 느껴졌다. 사실, 현대 의학이 많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임신으로 사망하거나 불구가 된 경우를 뉴스에서도 본다. 얼마 전에도 법적 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출산 중 사고로 인해 뇌에 문제가 생겨 어린 아이의 지능이 된 여자가 친정으로 보내지고 이혼 요구를 받았다는 것을 보았다. 이선희의 단편 소설처럼, 누군가의 아내였던 이 사람의 계산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백룸을 처음 읽었을 때, 이 소설은 앞의 소설과 이어진다고 할 수 있나?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하지만 끝까지 읽고 나서야 이제는 더 이상 <계산서>같은 소설을 쓸 수 없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실은 <계산서>와 크게 차이나지 않더라도 이 시대에서는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백룸이 이선희의 단편 소설보다 더 어렵게 다가왔던 것 같다. 잘 썼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오늘 어떤 연하의 남편을 둔 연예인의 영상을 보았다.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가사일을 열심히 하는 남편보고 자막에서는 종살이를 한다고 표현했다. 그 집은 여자의 집이고 모든 가구와 물건도 그랬다. 가사 분담이라는 용어를 두고도 방송에서는 그런 단어를 쓴다. 여전히 간단한 계산서조차도 수지가 맞지 않다고 느껴졌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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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상실 - 해결되지 않는 슬픔이 우리를 덮칠 때
폴린 보스 지음, 임재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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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지거나 친밀한 관계는 우리를 상실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지만, 충분히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 밀밭이나 별을 은유적으로 바라볼 때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그 순간 그들은 우리와 함께 있다. “날 기분 좋게 해.” 여우가 말했다. “밀밭 색깔 때문이지.” 모호한 상실로 인해 논리적이지 않은 것까지 이해하려고 애쓰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태도이다. p.264

일반적인 상실도 큰 아픔의 시간이다. 상실을 직접 목격했더라도 한 사람이 사라진다는 것을 인식하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모호한 상실은 현재에 살고 있는 사람조차 과거에 머물러야 할지 미래로 나아가야 할지 잘 모르게 만드는 것 같다. 한국 전쟁으로 이산 가족이 되어 여전히 생사를 알지 못한채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도 있고 세월호 때 가족을 시신으로라도 찾은 사람들과 실종된 상태로 머물러 있는 사람들은 또 달랐을 것이다. 모호한 상실 중 치매 가족을 둔 사례들이 눈에 띄었다. 얼마 전 지인이 말한 <사랑을 담아>라는 에세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작가의 남편은 알츠하이머에 걸리고 존엄사를 선택하려고 한다. 조력 자살을 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는 것도 힘들겠지만 치매에 걸린 당사자의 입장에서 가족이 모호한 상실을 겪게 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있었을 것이다.

해결되지 않은 상실의 원인-이민, 전쟁, 이혼, 재혼, 입양-이 무엇이든 상실의 증상들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불안, 우울, 육체 질병, 가족 갈등은 종종 적응하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괴롭힌다. 어떤식의 종결이 없다면, 부재하는 자는 현재에 머문다. p.94

'슬픔이 유별나도 되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천선란의 문장처럼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는 한 사람의 슬픔이 유별난 취급을 받지 못하는 곳이다. 또렷한 상실조차도 그런데 모호한 상실이라면 어떨까. 그들은 어쩌면 슬픔을 느끼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모호한 상실의 슬픔을 잘 헤아려주는 사회가 되는 한걸음을 도와주는 책인 것 같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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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편안한 죽음 을유세계문학전집 111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강초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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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객관적인 위치에서 어머니와 죽음을 서술하고 있는 느낌이었다면 <아주 편안한 죽음>은 마치 어머니와 ‘나‘의 입술이 포개어지는 장면처럼 서로 분리되었던 존재가 하나가 되어 고통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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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들 - 여성은 왜 원하는가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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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식증을 앓았던 캐럴라인 냅이 우리나라 여성 아이돌이나 배우였고 예쁘게 말랐다면 완벽한 자기관리의 롤모델이며 그녀의 끔찍한 식단은 아주 성공적인 다이어트 식단으로 보였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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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김계영 외 옮김 / 레모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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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이야기지만 여전히 현재의 이야기. 항상 계층과 상관없이 여성의 삶을 다른 여성하고만 비교했다. 이제 마음 편하게 영화를 보러 나갈 수 있는 남편이 그녀와 동일 선상에서 평등해야했던 존재임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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