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유롭게, 라는 말의 모순을 지적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뒤를 돌아서 여왕처럼 걷기 시작했다. 평생을 수동적으로 살아왔는데, 마지막 순간만큼은 능동적으로 대응했으니 스스로 칭찬해줄 만하다고 생각했다. p.34.다이웰 주식회사는 네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있는데 국립존엄보장센터 - 다이웰주식회사, 하나의 미래 - 미래의 여자 이렇게 두 단편이 쌍을 이루는 것 같다. 앞의 두 단편은 존엄성 있는 죽음에 대해 다뤘다면 뒤의 두 단편은 생명을 위해 시간을 넘나든다. 두개의 단편이 비슷한 내용이면서 정반대의 상황을 다루는 것도 재밌었다. 언젠가 엄마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엄마는 죽고 난 다음에도 자신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까봐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p.63.국립존엄보장센터는 생존세를 낼 수 없는 노인들이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끌려가는 곳이라면 다이웰주식회사는 전염으로 인해 좀비가 되어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안락사를 위해 2천만원 가량의 돈을 지불해야하는 곳이다. 둘 다 존엄사와 관련된 내용이지만 하나는 생존세를 못 내서 죽어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하나는 죽음세를 지불할 수 없어 좀비인 상태로 제대로 죽을 수 없는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쿵쿵, 심장이 귓가에서 뛰었다. 내 심장 소리, 그러나 내 것만이 아닌 박동 소리. 너와 나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그러니까 괜찮아. p.159.하나의 미래는 한 여성이 낙태를 시도할 때마다 시간 여행으로 미래로 가서 딸을 만나게 되는 내용이고 미래의 여자는 낙태를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몰려 아이를 낳기 위해 미래로 가는 여성이 나온다. 평행우주와 타임 패러독스로 낙태를 하고 싶은 여자와 낙태를 하고 싶지 않은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실 단편이다 보니 좀 빠져드는 순간 끝나는 것 같아 조금 더 뒷 내용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완전히 연결되는 내용은 아니더라도 이런식으로 단편이 구성되어서 아주 많이 아쉽다고 느끼진 않았다. 작가가 미리 예상하고 이런 구도로 단편을 썼는지 궁금했고 다음에는 장편을 읽어보고 싶다."부모님이 돌아가신 날인데, 별로 슬프지 않았어요.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면서 오늘은 미세먼지 농도가 엄청 짙은 날이구나, 하는 것처럼 오늘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날이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문득 깨달았어요. 엄마 아빠가 내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간다는 건 그들을 두 번이나 죽게 하는 일이라는 걸." p.184.이 책은 특히 띠지를 펼치면 미니 포스터가 되는 책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단편 중 국립존엄보장센터는 미국 SF 잡지 클락스월드에 번역되어 소개되었고 미래의 여자는 리디북스에서 웹툰으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한국 SF소설의 미래가 탄탄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확실히 SF가 다른 매체로 변하는 것도 더 매력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