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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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것이 취미이다 보니, 

책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주로 지식인들이다.  

최소한, 책을 쓸 정도의 똑똑함은 갖춘 사람들이다. 

언젠가부터 그들에게서 공통점이 하나 발견되었다. 

그건, 자신의 똑똑함에 대한 자부심같기도 했고, 

세상을 향한 답답함 같기도 했고, 뭐랄까... 

사람 표정으로 치자면, 날카로워서 앞에 있는 사람 주눅들게 하는 표정 같은거 말이다.  

똑똑한 사람들이니까 어쩔 수 없겠다...똑똑함에다가 겸손까지 갖추면, 

그게 사람이겠어? 라는 생각을 하며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생각이 바뀐다. 

똑똑하면서도 자애로운 표정을 가질 수 있구나.  

가장된 겸손이 아니라, 진정한 앎에서 나오는 겸손 같은 것을 

겸비한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분을 한 번도 만나뵌적은 없지만, 책을 읽은 것이 다이지만,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싶다.  

선생님의 공부 과정과  

그 공부가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겸손을 가질 수 있게 했는지 

알게 되었다는 점이 

이번 독서의 가장 큰 소득이다.  

131~132쪽---우리의 삶이란 기본적으로 우리가 조직한 '관계망'에 지나지 않습니다. 선택된 여러 부분이 자기를 중심으로 하여 조직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과학 이론도 다르지 않습니다. 객관세계의 극히 일부분을 선별적으로 추출하여 구성한 세계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삶은 천지인을 망라한다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기 중심의 주관적 공간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은 매트릭스의 세계에 갇혀 있는 것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주역'의 범주는 그것이 판단 형식이든 아니면 객관적 존재에 대한 진술 형식이든 그것이 망랑하는 세계는 결과적으로 왜소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절제와 겸손이란 바로 이러한 제한성으로부터 도출되는 당연한 결론이라고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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