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 법정의 산중 편지
법정 지음, 박성직 엮음 / 책읽는섬 / 2018년 3월
평점 :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여러 종교를 생각하였을 때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들이 있다. 각 종교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잘 행했던 사람,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의 울림을 주는 사람이 말이다.
불교계에 있어서 그런 마음의 울림을 주는 사람 중 하나가 단연코 법정스님일 것이다.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법정스님의 무소유는 읽어 보았을테니 말이다.
물론 나에게도 법정스님은 무소유 그 자체였다. 그리곤 특별한 의문을 가진 적도 없었다.
가령 어떻게 승려가 되었는지 이런 게 말이다. 승려가 되기까지의 어려움 같은 것도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원래 그곳에 있어야 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청년이 우리가 알고 있는 법정스님이 되기까지의 산중에서 쓴 편지이다. 어릴적 아버지를 여의고 작은 아버지 댁에서 자라며 공부해 대학생이 된 청년 박재철은 갑자기 가족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집을 나가 승려의 길을 택한 것이다. 그리곤 함께 방을 쓰며 친형제같이 지낸 사촌 동생에게 편지를 보내는데 그 편지의 내용이 바로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이다.
편지의 시작은 자신이 생활하던 방을 그리워하고, 가족의 안위를 물어보며, 함께 생활했기에 더 큰 충격을 받았을 자신을 따르던 어린 동생과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 투성이다. 정식으로 승려가 된 것이 아니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본래 이름인 박재철이라는 이름과 함께였을 때는 가족에 대한 걱정과 당부와 그리움 같은 것이 느껴졌다. 더불어 처음 출가를 했을 때처럼 절연한 의지도 보여 진다. 법정이라는 불계의 이름을 받은 후에도 한참은 박재철과 법정의 중간의 사람으로 보인다. 가장 아꼈던 동생에게 남겨진 다른 가족의 안부를 물으면서 또 동생이 바르게 성장 할 수 있도록 마음 쓰는 것은 분명히 박재철의 삶이었을 것이다.
점점 우리가 알고 있는 법정스님의 모습을 보이는 동안은 자신의 거처를 부모님께도 알리지 말길 바라며 가족과 속세를 끊어내려는 것을 알 수 있다.
승려들은 자신의 원래 삶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살아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것인가 생각 한 적이 없었다.
내 가족과 그 주변을 모조리 끊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말이다.
편지는 자그만치 15년이나 계속된다.
편지를 받은 사촌동생은 중학생에서 군인이 되고, 어엿한 성인이 되어있다.
처음 편지를 받았을 적부터 법정스님은 매번 당부를 빠트리지 않았다.
열심히 공부해라, 책을 많이 읽어라, 술 마시지 마라. 등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 당부는 사색하고, 번민하며, 자연을 배우고, 반복되는 일상의 소중함 같은 것으로 바뀌어 간다.
속세의 모습은 지우고 진정한 승려가 되어가는 모습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당부 가득한 편지들도 작은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된 후 끊기고 만다.
자신을 친아들만큼 키워주고 아껴준 작은 아버지의 마지막이 법정스님이 정말로 모든 인연을 끊을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자신에게 있어 정말 감사한 분이었기에 승려가 된 후에도 붙잡고 있던 단 하나의 인연이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법정스님의 모습이 되었으리라..
“우리들이 보모형제를 팽개치고 산중에 들어와 세상과 인연을 끊고 수도하고 있는 뜻은 그 나고 죽는 바다에서 뛰어내리려는 더없이 큰 욕심 때문이란다. 형아는 금생뿐이 아니고 세세생생 수도승이 되어 생사해탈의 무상도를 이루리라. 하여, 고통 바다에서 헤매는 내 이웃을 건지리로다.” -p.102, 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