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살고는 있습니다만
신인지 지음, 신인선 그림 / 시드앤피드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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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별 다를거 없지.. 어찌 저찌 살고는 있다.”

이런 대답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오랜만에 목소리로 생사확인을 하는 친구들과 지인들의 통화나 만남에서 한 번씩은 꼭 하게 되는 대답일 것이다. 특히나 저자인 자매는 고시생과 취업준비생이라는 자신들의 위치로 인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자매들의 일 년을 들여다보니 나의 십 년전이 떠올랐다.

읽기 어려운 책도 아닌, 맘 먹으면 한 두시간에 다 읽을 수 있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생각으로 인해 한 장 한 장 읽을 때마다 나의 예전이 떠오르며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내가 저자와 같았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는 이유로 나를 버리고 살았다. 어제와 달라진 것이 없는 오늘이었고, 내일도 똑같은 일상이라는 것을 예상 할 수 있는 매일이었다.

해가 뜨기도 전, 여전히 깜깜한 시간에 눈을 뜨고 한창 예쁠 나이라는 말을 믿을 수 없을 만큼 꾸밈이라는 것과 거리가 먼 하루였다. 가장 익숙한 후줄근한 추리닝과 질끈 묶은 머리, 추레한 모습이었다. 그리곤 겨우 내 한 몸 누울 수 있는 그 곳에서 언젠가 다가올 그 날만 기다렸다. 나 뿐 아니라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좀비 같았다.

 

나와 똑같은 사람들 속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한 것을 느낄 때가 있었다.

바로, 나와는 다르게 먼저 자신의 길을 찾아간 친구들과 지인들을 만날 때였다. 아직 나의 삶이 안정이 되지 않았기에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많이 피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하는 상황도 존재했다. 그들과 다른 모습에 그들을 만나고 들어온 날 저녁은 가슴 한구석이 답답함을 버릴 수가 없었다. 좋은 옷과 예쁜 모습으로 당당한 그 행동들을 보며 난 언제 그들의 모습을 할 수 있을까.. 하며 내 처지를 비관했다.

이런 모습이 비단 노량진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만은 아닐 것이다.

지방 어디에서도 작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미래를 꿈꾸는 모든 이들의 현재 상황이다.

노량진 한쪽에서 밥먹는 시간이 아까워 서서 대충 때우는 이들, 자기소개서를 수 백번 고쳐 쓰며 취업 박람회를 찾는 사람들, 겨우 기회는 얻었지만 열정페이라는 말과 상상과 달랐던 현실에 좌절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다.

내일은 달라 질수 있을까?

그 들의 마음속에 항상 담고 있는 같은 의미의 물음 하나인 것이다.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지 못한 자신이 화도 나고, 자신으로 인해 고생 하는 것 같은 부모님께 미안하지만 제일 짜증나는 건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정말 다를 게 없는 똑같은 하루이다.

매일 공부만 하는 사람에게 뭐 특별 할 게 있어? 취준생이면 취업 하기 전까지 똑같은 하루지.. 다를 게 있어?

하지만, 오늘이 어제 같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다름이 있다.

어제보다 더 기운이 빠지는 날도 있고, 더 눈물이 나는 날도 있고, 달라진 건 없지만 웃음이 나는 하루도 있다.

 

저자는 이런 하루들을 기록했다.

똑같지만 그래도 조금은 다른 하루, 눈을 뜨고 나면 언젠가 완벽하게 달라진 하루를 기대하며 지금 어떻게든 살고는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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