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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읽는 법 - 하나를 알면 열이 보이는 감상의 기술
이종수 지음 / 유유 / 2017년 11월
평점 :
표지부터 심플하다.
책의 질감이 정말 옛 책의 느낌을 담고 있다. 책 냄새가 좋다.
내가 옛 그림 읽는 법을 맨 처음 열어보고 느꼈던 거다.
요즘처럼 흰색으로 코팅을 한 반지르한 종이가 아닌 학창시절 서예시간에 화선지에 쓰기 전 연습하던 종이 느낌이 그 냄새가 정말 옛 그림을 읽는 듯 한 기분이 들게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학창시절 예체능에 젬병인 학생이었다.
그중에 제일 못하던 것이 미술이어서 지금까지도 콤플렉스로 남아 내가 죽기 전엔 꼭 배워야지 하는 것 중에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미술은 실기를 못했던 까닭인지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그로인해 이론도 그저 그랬었 다고 기억이 된다. 이론도 시험을 위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달달 외웠으니 말이다.
그 당시 기억을 더듬어보면 옛 그림 읽는 법의 저자가 수 없이 언급한 진경산수화를 예를 들어봤을 때 진경산수화하면 무조건 정선이었고, 몽유도원도는 안평대군이 화가였던 안견에게 자신의 꿈을 그리라 명하여 그렸었다는 것과 그것이 나타내는 것이 이상향, 지상낙원 이었다는 것. 그리고 또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수묵화는 수묵담채화와 수묵채색화로 나뉘며 옅고 짙음의 농담으로 표현을 한다.
뭐 이런 것 들을 마냥 외운 주입식 교육의 기억일 뿐이다.
그게 나의 옛 그림 이었다.
흑백으로 된 시험지에 그림이 보기로 들어가 있고 그림 이름을 찾는 것도 있었던 기억도 난다.
그래서 나에게 옛 그림은 어렵다 이렇게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의 첫 느낌이 좋았기에 조금은 가볍게 넘긴 책장 속에 저자는 나를 작은 미술관 한 켠 으로 안내해주는 큐레이터였다. 저자가 기본으로 잡고 있는 만폭동이라는 그림 앞에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저 정선의 진경산수화 이렇게만 알고 지나쳤던 그 그림을 가지고 그림이 가지고 있는 가치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누가? 무엇을? 왜? 어떻게? 무엇으로? 무엇을 그렸을까? 무엇을 더했을까? 라는 주제로 하는 설명은 신기하게도 설명에 따라 그림을 볼 때 어떻게 봐야 하는지 달라진다. 만폭동을 기준으로 그 전의 관념산수화와 달라진 구도를 이야기 할 때는 정말 비교 그림들 속 구도가 어떻게 다른지 찾아보게 된다. 그저 산봉우리를 그렸구나 하고 생각을 했던 것이 물 양을 조절해 붓 자국이 보이지 않게 바탕을 옅게 채우고 준법을 더했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던 봉우리 하나도 달리 보이게 된 것이다.
비슷한 그림인데 왜 저 그림은 ‘도’라는 이름을 붙이고 다른 그림은 ‘화’라고 붙이는지도 몰랐던 미술 무식자인 내가 저자의 말을 들으며 그의 손끝이 향하는 곳을 보고 있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다.
물론, 저자의 말처럼 만폭동을 알게 된 것이지 다른 옛 그림은 모르지만 만폭동을 위해 설명을 해주었던 구도, 화풍, 기법, 채색 등 이런 것들로 인해 이제 미술관에서 옛 그림을 본다 해도 그저 마냥 스쳐가는 일은 하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