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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초콜릿
패멀라 무어 지음, 허진 옮김 / 청미래 / 2015년 1월
평점 :

아침은 초콜릿..
제목만 봐서는 초콜릿처럼 달콤한 꿈을꾸는 소녀들의 이야기라고 혼자만의 상상을 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지금은 왜 제목이 아침은 초콜릿인지가 궁금했다. 에필로그에서처럼 아침에 먹는 초콜릿이 맛있어서 일까? 책 어디에서도 초콜릿은 언급조차 되질 않는데 말이다.
책의 시작은 열다섯의 소녀 코트니와 코트니의 기숙학교 룸메이트인 재닛의 대화로 시작한다.
소녀들이 가득한 이곳에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사람이 룸메이트인 재닛밖에 없는 코트니였다. 또래 친구들은 전부 시시하다고만 생각해 학교에서도 성적은 좋지만 교우관계는 꽝이다. 늘 교칙의 언저리에서 교칙을 어기는 그런 학생이다. 재닛말고는 학교의 영어 선생님인 로즌 선생님과의 책을 주제로 하는 대화밖에는 없는 것이다. 또래는 시시하고 어른들은 자신을 이해못하는 답답한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코트니에게 이 둘은 달랐다. 로즌선생님에게 보낸 짝사랑이 실패하고 코트니는 무의미하고 무기력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중 이혼한 부모인 영화배우인 엄마가 살고 있는 곳으로 함께 살기위해 학교를 떠난다. 아름답고 화려한 배우인 엄마와 함께 살지만 그곳에서의 생활도 코트니의 무기력을 돌려놓지를 못한다. 부모님 보다도 더 의지했던 앨 아저씨의 당황스런 행동, 언제까지나 변치 않을 듯 했던 생활이 조금씩 바뀌고 있음을 인지한 순간 코트니는 달라졌을 것이다. 화려한 조명 밑으로 화려한 사람들, 바, 수영장, 식당이 있는 가든을 뒤로하고 변두리로 이사가던 날 열다섯의 작은 소녀는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머물렀던 곳을 떠났음에도 무언가에 이끌려 다시 살던곳으로 와 본 코트니는 동성애자 엑스트라 배우에게 이끌리고 그렇게 어른도 아니도 아닌 그 어중간한 어딘가에 머무르게 되는 듯 하다. 그 또래 아이들이 그렇듯 거짓말을 시작하며 이성에 어설프게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배리와 코트니가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니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남녀관계에서 사랑이 한 자리를 차지할 때는 절대로 유지할수 없는 애정과 편안함이 있었다. 동지애와 사랑을 나누는 것, 그 두 가지 뿐이었다. -128p
어설펐던 반항과 흔들림을 과거로 보내고 코트니는 다시 엄마를 따라 이젠 뉴욕으로 가게 된다. 흔들리고 방황했던 그 시간만큼 보고싶었던 기숙학교에서 룸메이트 재닛이 있는 곳이다. 코트니가 기숙학교를 떠나고 재닛도 얼마안가 학교를 떠나 뉴욕의 집에 있었고 뉴욕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재닛밖에 없었던 코트니는 재닛과의 오랜만의 만남을 한다. 규율이 엄격했던 기숙학교에서도 술과 담배를 했던 재닛이었다. 코트니와 떨어져있던 일년의 시간동안 코트니와 재닛 둘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부유하지만 행복하지는 않은 집의 아가씨가 밤마다 남자와 술과 밤새 파티를 즐기며 자신을 학대하며,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재닛과의 잦은 만남으로 함께 자신을 망치는 일을 하며 밤새열리는 칵테일 파티에 신물이 날 즘 알게된 이상한 남자 앤서니와 고지식한 남자 찰스. 모든 것에 비판적이면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계산하는 남자 앤서니에게 더 빠졌다.
가끔은 높이 오르기 위해서 아이로 돌아갈 필요가 있는 것 같아. 그러니까 환상이 필요한 것 같아. 그런데 또 가끔은 어른의 현실이라는 가혹한 빛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은 모래 언덕만 오르는 것 같잖아. -223p
자신이 겪었던 환상과 현실사이의 아픔을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앤서니와 더 빠져들었지만 자신의 유일한 친구인 재닛과 앤서니의 관계를 알기 때문에 앤서니와의 사랑을 숨길 수밖에 없었고 그러는 동안 재닛은 자신의 공허한 마음을 더욱 방탕하고 자신을 망치는 파티를 계속 하고 있었다. 부모님과의 불화로 집을 뛰쳐나와서도 재닛은 비틀거릴 뿐이었다. 앤서니와의 사이를 숨기기 위해 찰스와 함께 재닛과 더블 데이트를 하던 날 술집에서 자신을 희롱하던 함께 파티를 어울렸던 남자를 뒤로하고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재닛이 가출하는 것이 기폭제가 되었던 남자로부터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와의 약혼 소식을 듣고 코트니의 집을 떠나 다시 자신의 부모가 있는 집으로 들어가던 날. 자신이 집을 망쳤다고 소리를 치며 목을 조르는 아빠를 보며 안도를 느꼈던 재닛은 다음날 스무살도 되지 않은 나이로 자신의 생을 마감한다. 재닛의 사망소식에 어두운 굴같은 자신의 방에 숨어버린 코트니를 밖으로 이끌러 준건 바로 부모였다.
너한테 무슨일이 있는지 우리가 모른다고 생각하진 마. 네 인생에도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많을거야. 너 혼자만이 풀 수 있는 문제들 말이야. 우리가 너한테 아무말도 하지 않은 건 간섭할 권리가 없기 때문이야.~ 내가 대신 고통을 겼고 싶고 대신 결정을 내려주고 싶지 하지만 그럴순 없어. 자신이 오래전에 그랬던 것처럼. 십오분이면 다 말해줄수 있지만 혼자서는 몇 년이 걸려 깨닫게 되는 것들을 자식이 혼자 겪어 가면서 직접 배우게 놔둬야 해. -286~287p
재닛과 코트니는 그저 우리의 젊은날의 모습이다. 흔들리고 방황하고, 반항하는..코트니의 엄마 손드라의 말처럼 배우는 과정 일뿐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 재닛처럼 자신을 파괴하고 마지막을 가는 십대들의 이야기들을 어렵지않게 들을수 있는 이 시기에 흔들리지말라고 하는 이야기가 아닌 흔들리며 크는 거라고, 배우는 거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을 더 이상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자신을 사랑해 주기위해 앤서니를 놔주고 찰스에게로 가는 코트니의 모습은 재닛으로 인하여 많은 것을 느끼게 했을 것이다. 열여덟의 작가가 쓴 지극히 현실적인 이 소설이 그 시대를 살았던 흔들리는 청춘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왜 제목에 초콜릿이 나오는지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초콜릿처럼 입에 넣자마자 달콤함과 기분좋은 편안함을 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혀에서 다 녹고 난후 오래머무는 씁쓸함과 텁텁함. 그 느낌을 알기에 계속 먹게 되는 향긋하고 달콤한 중독. 그게 그 세대에게 맞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