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고 남겨두길 잘했어 - 29CM 카피라이터의 조금은 사적인 카피들
이유미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광고, 카피..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여전히 예쁨을 보이는 배우 김현주가 풋풋한 모습으로 국물이 끝내줘요라고 했던 인스턴트 우동 광고나 여성들 사이에서 그래도 꽤 나 팔린 로드샵 브랜드로 얼마 전 파산신청 등 시끄러웠던 스킨푸드의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 든 가 말이다. 뭐 쓰려고 하면 기억에 남는 광고 카피가 꽤 되는 것 같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모르겠지만 내가 어릴 적 봤던 광고의 카피도 아직 생각이 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때 그 광고의 상품 이름도, 어느 회사였는지도 잘 기억은 나지 않지 만 그 광고만은 뇌리에 남아 있는게 브랜드를 상품이 아닌 카피로 기억을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단 한 줄, 혹은 두어 줄의 문구만을 우리는 기억 하지만 그 문구를 만든 사람의 고통은?

나의 상상력 속 카피라이터의 모습은 감성적이고 조금은 예민할 거란 착각이었다. 잊지 않고 남겨두길 잘했어의 작가는 내 모습도 내 주위의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작지만 큰 차이라면 우리보다는 조금 더 주위의 작은 텍스트에도 관심을 기울인 다는거?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우리도 지나다니면서 우연히 본 글귀에 피식하고 웃을 때도 있고, 위안을 받을 때도 있으니 말이다.

작가의 에피소드들은 우리의 삶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생각을 부르는 양말편에서 왜 양말을 빨면 한쪽이 없지?” 정말 누가 날 훔쳐본 건가 생각이 들 정도 였다. 한 짝씩 사라지고 한쪽만 구멍나고 이런 게 싫어서 여름 덧신도 같은 것으로만 수십 개를 사고 봄가을 양말도 똑같은 것을 사신는 나니까..

길 가다 건물 담벼락에서 흔히 보는 쓰레기 투기 금지. CCTV촬영중이라는 말도 하루에도 몇 번씩 보는 문구이다 보니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지만 작가는 그 문구에서도 흔히 봤던 단어가 아닌 다른 단어가 쓰여있다는 것을 알면 관심을 두는 사람인 것만 같다. 듣고자 한 팟캐스트에서도 모든 에피소드를 다 들었다는 알림에 섭렵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것에 흥미를 가지니 말이다.

그런걸 보면 작가가 하는 일에 있어 꼭 특별한 것, 대단한 단어가 아니라 일상 생활 속 흔히 볼 수 있는 플랭카드의 문구, 상품 속 설명서 문구나 화장실 핸드타월의 글귀들에서도 무언가의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만 같다. 그렇게 해서 나온 카피들이기에 더욱 공감을 하는 것이겠지.. 작가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그 일상 속에서 한 줄의 글귀를 찾아내는 것을 보니 작가뿐만 아니라 작은 가게의 출입문에 손글씨 종이를 붙인 주인도, 술 먹고 담벼락에 노상방뇨를 하는 사람에게 경고하는 집주인이나 모두 자신의 책과 상품에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은 별다른 에필로그도 없이 오랜 시간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 친구를 만나러 가는 일상 속 작은 일탈로 마무리 한다. 드라마의 열린 결말처럼 말이다. 아이와 단둘이 탄 기차에서조차 글귀를 발견하는 작가는 아마도 친구를 만난 반가운 자리에서도 또 다른 일상의 글귀를 발견 했을 것이다. 어디를 가든 작가들은 존재 할 테니..

 

글을 쓰기로 마음은 먹었는데 뭘 써야 할지 모르겠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오늘처럼 주변에 있는 아무 단어나 문구로 시작하는 글을 쓰는 거예요. 우리는 그 메시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만 조금 가지면 돼요. 생각 없이 지나쳤던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거든요. -7P 작가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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